정부가 내년에 약 6000억원을 들여 KTX 용산역 인근에 신혼부부·청년주택을 포함한 복합단지를 만든다. 현재 용산공원에 있는 공공기관 청사도 이곳으로 이전한다. 유수지나 자동차정류장으로 활용되는 용산전자상가 부지(약 1만4000㎡)를 재생해 쇠락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서울 중심지에서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이 이뤄지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정부는 서울의 집값 상승을 우려해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을 자제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에 따라 용산 혁신지구를 시작으로 서울 도심에서도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을 본격 추진해 건설경기 활성화에 나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6일 제21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고 ‘도시재생 뉴딜 신규 제도 시범사업 선정안’ ‘2020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계획안’을 의결했다. 도시재생 혁신지구 4곳, 총괄사업관리자(거점 연계) 뉴딜사업 2곳, 인정사업 12곳을 선정했다. 사업비 1조9000억원 규모로 전체 면적만 27만㎡에 이른다. 국비 1700억원, 지방비 1600억원, 주택도시기금 6700억원, 공기업 4800억원, 기타 42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주택 2200가구 안팎(임대 약 1470가구)이 청년·신혼부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공급된다. 학생들을 위한 행복기숙사도 약 500실을 짓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용산 혁신지구(국가시범지구)다. 현재 유수지 및 자동차정류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용산역(KTX) 뒤편 용산전자상가 인근 부지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면적 1만4000㎡에 사업비 5927억원이 책정됐다. 용산역 앞쪽인 신용산역 주변은 고밀도로 개발된 데 비해 용산전자상가 주변은 철도를 경계로 단절돼 있다. 인구 감소, 사업체 수 감소, 노후 건축물 수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 도시재생법상 ‘쇠퇴지역’에 해당한다.
국토부는 이곳에 신산업체험시설과 앵커시설(창업지원·공유공간 등) 등 공공시설을 짓기로 했다. 신혼희망타운(120가구) 및 청년주택(380가구)을 공급한다. 용산공원 핵심 공원축 부지(약 7만3000㎡)를 편입하는 대신 대체 공공청사(방위사업청 연구센터, 국방대학원 등)를 이곳에 마련한다. 서울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시행자로 나선다.
이번 결정이 ‘서울 대규모 도시재생’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국토부는 서울시내 노후 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을 동반하는 도시재생 사업이 집값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며 불가 방침을 고수해 왔다. 올 상반기 서울 독산동 우시장 도시재생 사업(375억원)을 진행키로 했지만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올 하반기에도 서울 홍릉 일대(청량리·회기동)에 ‘바이오 허브’를 구축하는 경제 기반형 도시재생 사업을 선정했지만 이는 서울시의 기존 사업을 국비 지원하는 것이다.
다만 국토부는 과열이 발생하면 즉시 중단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했던 서울 도시재생 사업이 부동산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청년·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때문에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과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국토부는 충남 천안시 역세권 혁신지구(사업비 1886억원), 경기 고양시 성사동 혁신지구(2525억원), 경북 구미시 공단동 혁신지구(2090억원), 동인천역 2030 역전 프로젝트(2100억원) 등 사업비 2000억원 안팎의 도시재생 사업도 추진한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