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광대, 동백꽃 용식이 순수함 닮아”

입력 2019-12-27 04:04
연극 ‘환상동화’에서 사랑광대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 오는 1월 11일부터 무대에 오르는 그는 “카메라 앞도 재미있지만,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호흡할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뉴시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킨 ‘동백꽃 필 무렵’(KBS2·이하 동백꽃)의 배우 강하늘이 드라마 종영 후 향한 곳은 서울 대학로의 한 연극 무대였다. 강하늘 출연으로 화제 몰이 중인 이 작품은 지난 21일부터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환상동화’. 2013년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작품으로 국내 창작극 신화를 새로 썼던 극이다.

강하늘이 이 무대를 택한 계기가 독특하다. 2009년쯤 우연히 본 환상동화에 매료됐던 그는 “기회가 되면 꼭 무대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동백꽃이 끝난 후 예능 ‘트래블러’(JTBC) 촬영 등 빡빡한 일정에도 환상동화에 참여해야 했던 이유다. 강하늘은 “극장을 나설 때 세상이 달리 보이는 작품들이 있다”며 “뮤지컬과 연극, 영화 등을 통틀어도 손꼽을 정도인데, 환상동화가 그런 작품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렇다면 강하늘을 단숨에 빨아들인 환상동화는 어떤 내용일까. 삶의 은유인 광대들을 통해 인생을 들여다보는 극이다. 사랑광대 예술광대 전쟁광대가 작곡가 한스와 춤추는 여인 마리의 사랑 얘기를 들려주는데, 듣다 보면 따뜻한 온기가 뭉근하게 스미어온다. 무대장치와 노래, 마술과 마임을 듬뿍 곁들여 한 편의 뮤지컬 같기도 하다.

사랑과 슬픔을 상징하는 사랑광대 역을 맡은 강하늘은 오는 1월 11일부터 무대에 오른다. 26일 시연에서 강하늘은 발랄한 율동과 노래를 곁들여 사랑광대를 천진하게 표현했는데, 동백꽃 용식과 비슷하면서도 이색적인 면이 있었다. 강하늘은 “동백이만 바라보는 용식이처럼 사랑광대도 요정 같은 순수함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늦게 참여해 다른 사랑광대인 송광일 배우님이 만들어 놓은 느낌을 많이 배웠다”며 겸손을 보였다. 동백꽃에 대해서는 “좋은 선배님들과 작업했던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짤막이 답했다.

뮤지컬 ‘젠틀맨스가이드’ ‘신흥무관학교’ 등을 히트시킨 김동연 연출가 작품이다. 환상동화를 직접 썼다. 김 연출가는 “2003년 초연 때보다 비주얼적인 면을 발전시켰다”며 “지금 관객들이 만족할 수 있게 발전한 무대 기술들을 활용했고 음악적 요소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강하늘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재능까지 있다. 연출가에게는 정말 좋은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활약해온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는 게 이 극의 또 다른 묘미다. 또 다른 사랑광대 송광일을 비롯해 원종환 육현육(예술광대), 기세중 장지후(전쟁광대), 박규원 최정헌 백동현(한스), 한소빈 윤문선(마리)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내년 3월 1일까지.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