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인 권모(33·서울 용산구)씨는 매일 집 앞에 놓인 택배 내용물을 냉장고에 넣으면서 아침을 연다. 모두 새벽에 배송된 식재료다. 권씨는 “저녁 때 퇴근하고 집에서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미리 주문한다”며 “한 끼에 7000원가량인데, 요리법까지 들어 있어 편하다. 한 달 간격으로 주문을 연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홈코노미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식재료를 새벽배송으로 주문하는 결제건수는 1년 새 4배로 폭증했다. 출장 가사관리 업종의 성장세도 무섭다. 영상 디지털 콘텐츠의 결제건수 역시 4배 가까이 늘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것이다. 홈코노미는 집(Home)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집에서 여가와 소비활동 모두 해결하려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KB국민카드는 26일 ‘가정에서의 소비활동 분석 홈코노미’ 두 번째 보고서를 발표하고 올해 2분기 식재료 새벽배송의 하루 평균 결제고객 수가 지난해 1분기 대비 4.32배 늘었고, 하루 평균 결제건수는 4.14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홈코노미 업종에 결제한 이력이 있는 KB국민카드 25~54세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식재료 새벽배송의 큰손은 35~44세 연령대였다. 35~44세 여성이 하루 평균 결제건수에서 가장 많은 35.5%를 차지했다. 남성 중에서도 35~44세가 두드러졌다.
출장 가사관리 업종도 급성장하고 있다. 출장 세차 같은 자동차 관련 업종의 하루 평균 결제고객 수 및 결제건수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올 2분기에 각각 3.34배, 3.93배 성장했다. 아이돌봄 서비스의 하루 평균 결제건수는 같은 기간 6.65배 늘었다. 집 안에 외부인을 들이기 꺼렸던 전통적 모습과는 정반대다.
또한 집에서 즐기는 오락 분야 업종에선 영화·드라마 같은 시청각 콘텐츠 인기가 높았다. 올 2분기 영상 디지털 콘텐츠의 하루 평균 결제건수는 지난해 1분기보다 4.10배 증가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여유를 중시하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 홈코노미 유행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