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환이는 두 살 때 하나님을 만나고 왔대요. 오늘의 호흡 자체가 기적이에요.” 엄마 도인경(가명·37)씨가 호흡유도기를 낀 채 거실 바닥에 누워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배 속에서 아무런 징후 없이 열 달을 보낸 이환(7·레녹스가스토증후군, 뇌병변장애)군은 생후 반나절 만에 경련을 일으키며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일주일 만에 퇴원했지만, 경기는 멈추지 않았고 또래들보다 발달이 조금씩 더뎠다.
2년 뒤 일이 터졌다. 고열과 함께 경련을 일으키며 응급실로 실려 간 환이는 급성패혈증으로 피를 토해냈다. 폐 심장 콩팥이 차례로 손상됐고 호흡은 가빠졌다. 무균실로 옮겨진 환이는 식물인간이 돼 가녀린 생명을 붙들고 있어야 했다.
“병원에서 ‘다른 가족들에게 아이 숨 붙어 있을 때 얼굴 보러오라고 하라’더군요. 어떤 의사 선생님은 ‘아이는 하나뿐이냐’며 위로했지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도만 하고 있는데 15일째 되는 날 환이가 깨어났어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살아 돌아온 기적이었다. 의사들이 환이에게 “하늘나라에 갔더니 정말 하나님이 계셨니” 물을 정도였다. 아빠 이민중(가명·40)씨는 “우리 부부를 깊은 절망 속에서 건져 낸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감았던 눈은 떴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폐 때문에 늘 폐렴 증상을 달고 살아야 했다. 열두 시간 연속 경련이 멈추지 않아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오갔다. 환이는 뇌 신경을 다친 뒤 생긴 교대성 편마비 때문에 목을 가누는 것, 앉아서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지금도 입이 아닌 배로 밥을 먹는다. 배꼽 오른쪽에 뚫어 놓은 구멍과 그곳에 연결된 위루관이 영양공급 통로다.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던 환이는 지난해 4월 아빠 생일날에 깜짝 선물을 했다. 아빠 앞에서 잠시 다리에 힘을 주고 선 것이다. 하지만 이틀 후 경련을 일으켜 다시 바닥에 누워야만 했다.
아들을 보살피느라 가세는 점점 기울었다. 10년 넘게 근무한 회사에서 시간제로 직무를 옮기면서 수입은 반토막이 났다. 장애아동수당을 포함해 통장 입금액은 월 150여만원. 중환자실에 입원할 때마다 수백만원이 들고 위루관 소모품과 기저귀 등 의료비로만 월 100만원 넘게 지출하니 1억원 넘는 대출 이자를 갚기도 벅차다.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부부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환이와, 환이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넉넉히 버틸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엔 소통 능력이 부쩍 좋아진 아들을 바라보는 게 큰 기쁨이다. 엄마가 선택지를 주면 둘 중 한쪽을 바라보며 눈을 찡끗하곤 미소를 짓는다. 주일예배를 드릴 땐 휠체어에 앉아 찬양 소리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부부는 환이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있다.
“잠잘 때 숨소리만 들어도 산소포화도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있어요.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하나님이 그러시겠지요. 환이가 누워있을 땐 하늘에 계신 하나님만 바라볼 텐데 새해엔 앉기도 서기도 하면서 하나님이 주신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천=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19년 11월 29일~12월 24일/단위: 원)
△신천순복음교회 40만 △김병윤(하람산업) 박희경 인유자 20만 △최영혜 조동환 황종임 최초혜 최영일 송권사 10만 △최혜원 이윤미 연용제 강현주 윤미숙 5만 △김덕수 황영제 조효은 김인숙(박리분식) 한승우 황성열 함미자 신영희 3만 △이성희 김진수 이경자 2만 △정문섭 김애선 소은숙 이소선 추경태 사랑 1만 △권종선 5000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예금주: 밀알복지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