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바다가 여성에게는 좁은 문이지만 이번 임명을 계기로 성별 때문에 기회 자체를 박탈하거나 차별하는 관행이 깨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나라 국적선사에서 첫 여성 선장이 탄생했다. 현대상선은 승선 경력 11년차인 전경옥(38·사진)씨를 선장에 임명한다고 26일 밝혔다.
선장은 선박에서 모든 승무원을 지휘·통솔하고 운항과 선적 화물을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다. 현대상선은 지난 12일 국내 해운업계 최초로 여성 기관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현대상선에는 현재 총 8명의 여성 해기사가 재직 중이다.
2005년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경찰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현대상선에 3등 항해사로 입사한 전 선장은 2006년 2등 항해사, 2008년에는 1등 항해사로 승진했다. 입사 후 벌크선 1년 근무 외에 계속 컨테이너선만 타온 ‘컨테이너선 전문가’다.
현재 전 선장은 중동 항로인 KME(Korea Middle-East Express) 노선에 투입된 8600TEU급 컨테이너선 ‘현대 커리호’에 승선 중이다.
전 선장은 “과거엔 상상하지 못했던 여성 선장이 탄생했다는 사실, 그 출발이 현대상선이며 (주인공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영광이며 조직에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면서 “다만 여성이 ‘금녀의 벽’을 뚫고 해양대에 입학한 지 30년이 다 돼가는 시점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10년 후에는 더 많은 여성 후배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되길, 또 그들이 선장이 된다 해도 더 이상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양성평등한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향후 대한민국에서 많은 여성 선장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