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에 따른 변화 활용해야

입력 2019-12-27 04:03
미국이 20만명에 이르는 해외 파견 미군을 재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안보 전략에 따라 해외 주둔군을 재배치하게 되면 세계 안보 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2만8500명 규모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반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이전 정권에서도 있었다. 그때마다 주한미군은 늘 변화의 중심축 중 하나였다. 그만큼 미국의 세계 안보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요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서부 아프리카 주둔 미군의 완전 철수 또는 대폭 감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1월까지 구체적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취임 이후 미군 재배치 필요성을 수차례 거론했다. 미국은 지금 고비용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발을 빼려고 하며, 실제로 북부 시리아에서 대부분 철군했다. 그는 서부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빼내는 병력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지금 한·미동맹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틀어진 한·일 관계로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한·미 양쪽 다 동맹관의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방위비 협상 와중에 주한미군 감축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재배치 계획에 따라 오히려 주한미군 역할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군 재배치는 우리가 활용하기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한반도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최고의 요충지다.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는 미군의 해외 기지 가운데 최대·최첨단 기지이며 베이징의 코앞에 있다.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 저지가 최우선 목표인 미군 입장에서 이만큼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진 기지도 없다. 우리 하기에 따라 방위비 협상을 포함한 미국의 안보 전략에 상당한 레버리지를 가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안보 전략 수정이 우리에게 주는 변화를 잘 활용해야 한다. 안보 전략을 다루는 데 국내 정치에서 벌어지는 한심한 싸움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안보에는 정권도, 여야도 없다. 오직 생존 전략과 국가 이익만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