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개혁과 검찰 개혁의 본래 취지는 찾아볼 수 없는 누더기…
상식에 반하는 법안,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배가 산으로 갔다. 여권이 온갖 전술을 동원해 통과시키려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은 기괴한 형태가 돼버렸다.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검찰을 제자리에 돌려놓자는 당위성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두 법안을 추진한 본래의 취지를 지금 제시돼 있는 법안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민의를 의석에 더 충실히 반영하자던 선거법 개정안은 여당과 군소야당의 이해관계가 개입하면서 희한한 괴물이 됐다.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 비례대표 연동률 50%, 연동배분 상한선 30석이 골자인데, 비례대표는 왜 47석이어야 하는지, 연동률은 왜 50%인지, 상한선은 왜 30석을 뒀는지 아무런 기준이 없다. 4+1의 범여권 정당들이 의석을 늘리거나 보전하기 위해 설정한 수치일 뿐이다. 단적인 예로, 당초 75석이던 원안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아무 설명 없이 50석이 되더니 또 아무 설명 없이 47석이 됐다. 그 수를 법으로 정하려면 뭔가 이유와 논리가 있어야 할 텐데 그냥 “합의했다”고 한다. 이런 자의적 기준은 ‘비례한국당’이란 반발을 낳았고, 그것을 저지할 법적 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여당 인사는 “위성정당을 만들면 국민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제 국민은 위성정당을 만드는 게 더 나쁜지, 그것이 나오도록 누더기 선거법을 만든 게 더 나쁜지 심판해야 하게 생겼다. 나쁜 놈들이 “누가 더 나쁜 놈인지 판단해 달라”고 들이미는 상황. 지금의 선거법 개정안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돼버렸다.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검찰 개혁의 방향은 명확했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비대한 권한의 분산. 정권의 칼잡이로 휘둘려온 검찰을 독립시키고, 검찰 공화국이라 할 만큼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일이었다. 4+1은 공수처법안에 ‘검찰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끼워 넣었다. 검찰의 수사를 공수처가 가져가 주무를 수 있게 했다. 이는 검찰권의 분산을 넘어 검찰 대신 비대한 권한을 갖는 새 기구를 만드는 일이며, 그 까닭이 청와대를 겨냥한 최근의 검찰 수사 때문이라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란 방향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다. “검찰은 내 칼이 아니니 무력화시키고 새 칼잡이를 두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토록 외쳐댄 검찰 개혁이 정녕 이런 것인가.
지금의 선거법안과 공수처법안은 개혁의 궤도를 크게 벗어났고 오히려 개악에 가깝다. 법률이 된다 한들 지속되기도 어렵다. 이대로 통과시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일이다.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한다.
[사설] 선거법·공수처법, 이대로 통과시킬 순 없다
입력 2019-12-2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