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 365-12월 28일] 하나님,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입력 2019-12-27 19:25

찬송 :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445장(통 502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창세기 32장 13~23절

말씀 : 성경 인물들 가운데 우리에게 첫인상이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야곱도 그러한 사람 중 한 사람일 것입니다. 창세기를 읽는 사람들이 그에게 갖는 첫인상은 비호감입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소탈하고 화끈한 에서가 오히려 호감이 갑니다. 에서는 호탕한 전형적인 남성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야곱은 참으로 묘한 사람입니다. 육적 성향뿐 아니라 영적인 성향도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생애 가운데서 나타난 이러한 모순은 삶을 순탄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영리한 그는 세파를 훌륭히 이겨내며 잘 나갈 사람 같았지만, 실제론 삶의 파고 앞에서 숱한 곡절과 파란을 겪으며 이리 다치고 저리 넘어지며 상처와 피멍 든 영혼이었습니다. 그는 천성적으로 타고난 싸움꾼이었습니다. 워낙 육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싸움을 걸어야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스타일의 사람이었습니다.

야곱은 육적 성향 못지않은 영적인 성향도 동시에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내면은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게 꼬여있었습니다. 육적이란 세상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그것들을 얻는 것을 양보할 수 없는, 삶의 제일 목적으로 삼는 특징입니다. 영적이란 하나님 나라의 것들을 사모하여 그것들을 얻는 것을 우선적인 삶의 목적으로 하고, 세상의 것들은 하나님께 맡겨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야곱은 어떤 때는 육적이었다가 어떤 때는 영적이었습니다. 아니 육적이면서 동시에 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중성은 세상의 좋은 것들을 향한 욕정과 거룩한 것들을 향한 구도심 사이에서 그를 늘 괴롭히는 문제였습니다. 그는 자기가 옳다는 것을 관철하려고 사람들과 싸움하는 것을 즐겼고, 때로는 하나님께 싸움을 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 대개 그렇듯 야곱은 능수능란한 사기꾼처럼 행동했지만 그는 결코 호머의 작품에 나오는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같이 성공적인 사기꾼은 되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뭔가를 쟁취하고 이룩한 것 같았지만 그러한 성공들은 결코 그의 내면을 채워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뭔가를 성취하고 상당한 지위에까지 올랐으면서도 노상 마음이 불안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믿음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지만 끈덕진 육적인 성향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회피하게 만듭니다. 세상에서 잘 변하지 않는 게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변화를 위해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이 좀처럼 성화 되기가 쉽지 않듯 야곱도 그러했습니다. 어쩌면 그는 엄청나게 많은 은혜를 받고서도 변화되지 않는 우리 신자들의 모습이었던 셈입니다.

야곱이 변화되지 않은 이유는 그가 하나님 중심적인 사람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그게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생고생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야곱은 육적인 성향이 완전히 탈색되어 영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변화될 때까지 무수한 고난들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는 고뇌하고 갈등하는 어정쩡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얍복 강 나루터에서 하나님을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맞닥뜨렸습니다. 그는 여태까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질문을 해야했습니다. 하나님을 민낯으로 대면하여 “하나님,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 것입니다.

기도 : 사랑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야곱을 보며 우리 믿음의 현주소를 돌아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세상의 육적인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사는 게 아닌가 두렵습니다.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우리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김준수 목사(서울 밝은세상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