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양 목사의 사진과 묵상] 매일이란 캔버스에 믿음의 풍경화를 그리세요

입력 2019-12-27 19:20
전담양 목사가 지난달 1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임마누엘기도원에서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

바둑기사가 한수를 착수하기 전에 수많은 생각을 하며 형세를 살피는 것처럼 오늘도 나는 하얀 종이 앞에 서서 어떤 내용을 써나갈지 고민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 단순한 글자의 나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요, 흘러가는 시간의 물결에 띄우는 의미의 잎사귀이며, 누군가의 인생 속 그 마음의 방에 찾아가 나누는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내 진심이 전해지고 잠시나마 마음이 따뜻해지며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른 아침 나뭇가지 위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기지개를 켜며 아침이 왔음을 알릴 때 미국 사람은 그 새를 보며 “노래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가 운다”고 표현합니다. 어떤 사회학자는 이런 표현의 차이를 보면서 서양 사람과 우리나라 사람의 관점의 차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람에게서 독특하게 나타나는 ‘한’의 감정이 언어 속에 녹아있다는 것이지요.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면 시간의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유독 메케한 연기를 들이마신 어린아이의 기침 소리처럼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갈등과 불신, 분노와 미움. 거짓의 장대비가 쏟아지는데도 그 누구도 우산을 씌워주지 않아서 온몸이 젖은 채 울고 있는 아이처럼 그런 날들이 지나가고 지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쓸쓸히 저물어가는 저 해처럼 우리는 그저 아쉬움을 삼키며 삶을 살아야 할까요.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말해도 당신만은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격려하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태초에 흑암과 혼돈 속에 빛과 생명을 창조하신 분입니다. 당신의 형상으로 생명을 창조하시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신 분이십니다. 인생이라는 광야 속에 목자처럼 함께하시며 일용할 양식과 일용할 은혜를 공급하신 분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임마누엘이십니다.

그 임마누엘 하나님은 지나간 시간을 곱씹으며 저물어가는 해가 아니라 모든 소망과 기대가 사라진 어둠 속에 빛나는 별로 찾아오셨습니다. 한없이 약한 어린아이로 오셨지만 키가 자라고 사랑스러워서, 모든 넘어지고 상처받고 눈물 가득한 인생들에 친히 찾아가셨습니다. 때로는 같이 울고, 때로는 함께 웃고, 때로는 함께 먹고 마시며, 그를 만나는 모두의 인생의 쓴잔을 기쁨의 포도주로 바꿔주셨습니다.

밝게 빛나던 소망의 해가 집으로 돌아가서 슬프십니까. 그 소망의 영화가 자막이 올라가야 구원의 별이 뜹니다. 지켜보는 이, 알아주는 이 아무도 없어도 기대를 하고 인생을 걸어갈 때 우리에게 임마누엘로 찾아오신 예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사랑하는 딸이 죽어 슬퍼하는 야이로같다 해도 두려워 말고 믿으면 달리다굼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오늘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흘러가는 시간의 강가에 눈물과 아쉬움을 떨어뜨리지 마십시오. 대신 모든 순간에 의미를 두고, 최상의 결과를 미리 아시는 해석자, 우리가 구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에 더 넘치도록 능히 하실 예수 그리스도가 당신의 생각이 되고, 눈이 되고, 귀가 되고, 입술이 되며, 걸음이 되게 하십시오. 그럴 때 당신에게 펼쳐질 매일이라는 캔버스에는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는 주님의 풍경화가 그려지게 될 것입니다.

“저무는 해가 쓸쓸하다 생각하나요?

한숨만 참고 기다리면

하늘에 그려지는 노을이 펼쳐집니다”(전담양 목사의 ‘저물어가도’ 중에서)

전담양 목사<고양 임마누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