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막판 신설된 공수처법 조항 반발

입력 2019-12-26 04:03

국회가 논의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법안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중대한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고 반발했다. 원안에 없었다가 신설된 제24조 제2항을 두고 표명된 입장인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견한 공직자의 범죄 정보를 모두 공수처에 통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은 이대로 제도가 시행되면 ‘살아있는 권력’에의 수사가 무력화된다고 보고 있다.

대검은 25일 “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조항은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은 “공수처는 검사 25명과 수사관 40명으로 구성돼 고위 공직자를 수사하는 단일한 반부패기구일 뿐, 전국 단위 검찰·경찰 고위 공직자 수사의 컨트롤타워나 상급 기관이 아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검·경 수사 착수 단계부터 (공수처가) 그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조직체계의 원리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대검은 “공수처가 검·경의 수사 착수 내용을 통보받아야 할 이유도 없고, 공수처와 검·경은 각자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압수수색 전 단계인 수사 착수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보고를 하면 과잉 수사를 하거나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밀행성을 위해 법무부와 청와대에도 그간 수사 착수 사실을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항변이다. 대검은 “공수처에 범죄 인지 사실을 통보하게 되면,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고 했다. 공수처 법안의 구조상 은밀해야 할 수사 정보가 권력층에 모두 보고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얘기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수사 같은 것은 앞으로 불가능해진다”는 말도 나온다.

여야도 ‘4+1 협의체’의 공수처 법안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권성동·이철규·송언석 의원은 성명을 통해 공수처 통보 조항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공수처가 공직자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한 최악의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오른쪽),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수처 등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한국당의 독소조항 주장에 관해 반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4+1 협의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실적 어려움을 타개하고 공수처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정치적 목적과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검찰·경찰과 달리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지 않은 공수처가 전국에서 발생하는 공직자 범죄 혐의를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검찰이 범죄를 인지한 뒤 수사를 진행해 기소 단계까지 됐는데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게 되면 수사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은 박재현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