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교회는 최근 구역장의 정년을 75세로 5년 연장하기로 했다. 은퇴하는 구역장의 후임자를 뽑지 못해서다. 구역장이 공석이 되는 걸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 교회는 서울과 수도권에 18개의 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구역장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교인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멘토로 권사들이 주로 맡는다. 교인 심방부터 교회 소식지 배포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 구역장을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선 교인은 수년째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한번 시작하면 연임하는 일도 많아 대부분이 고령이다.
이 교회 구역장을 지낸 한 교인은 25일 “심방부터 신앙상담과 구역원 가정의 대소사까지 구역장이 챙겨야 하므로 정말 할 일이 많다”면서 “젊은 사람 중에는 자원자는 없고 시어머니가 하다 며느리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고령 구역장의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심 끝에 구역장 정년 연장 카드를 꺼냈지만, 교단법이 제직 정년을 70세로 못 박고 있어 지속 여부는 미지수다. 제직은 목사와 장로, 권사, 집사 등 교회의 항존직과 임시직 직원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봉사자 품귀 현상이 구역장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교회는 봉사자들이 이끌어 가는 공동체다. 교회학교 교사와 찬양대원, 주차안내원 등 모든 부서에 봉사자가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필수 인원을 모집하는 것도 쉽지 않다. ‘봉사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장년 교인을 만나는 구역장은 정년을 늘려서라도 공석을 막을 수 있지만, 교회학교 교사는 그럴 수도 없다. 학생들과 나이 차가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교사는 1년 내내 상시 모집해도 정원을 채우기 힘든 기피 봉사 직분이다.
한 교회 관계자는 “교사가 부족하니 반마다 정원이 늘고 신앙교육의 질은 떨어진다”면서 “사춘기나 입시 등으로 스트레스가 큰 중·고등학생들을 맡는 걸 특히 부담스러워 한다”고 했다.
최근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이 강조되는 게 교사 부족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신형섭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신앙교육을 위해 부모가 교사로 나서고 가정이 교회학교가 돼야 하는 건 교육학적으로도 맞다”면서 “하지만 최근 교사 수급이 어려워지는 현실의 대안으로도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이 강조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학교와 가정이 모두 든든히 서야 하지만 교회학교 현실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의 한 교회 담임목사는 “12월 들면서 매주 봉사자로 자원해 달라는 광고를 하고 있지만, 호응은 크지 않다”면서 “모든 부서에 봉사자들이 부족하다는 걸 전제로 내년도 목회계획을 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