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범죄 인지 때 즉시 통보’ 추가한 것은 공수처에 제왕적 권한 준 셈… 권력 비리 수사 막는데 악용할 우려
여야 ‘4+1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최종안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원안에 없던 독소조항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최종안 24조 2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 4항은 ‘처장은 통보를 한 수사기관의 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막판에 신설됐다. 원안에는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는 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만 돼 있었다. 최종안은 수사 중복 시 교통정리 차원을 넘어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의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악도 이런 개악이 없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 단서를 인지한 때부터 공수처 보고를 의무화한 이 조항은 공수처에 제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과 진배없다. 공수처가 사실상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의 전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이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같은 수사도 검찰이 범죄를 인지하자마자 곧바로 공수처에 알려야 한다. 그리고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서면 검찰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수사의 밀행성이 깨져 기밀이 유출될 소지도 크다. 공수처장이 집권 세력에 경도되면 권력형 비리 수사는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공수처가 권력 실세 사건을 모조리 가져가 뭉개버리면 그만이다. 그만큼 악용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수사기관 간 수사 중복을 피하려는 조치라고 해명하지만 그 이유라면 원안으로도 충분하다. 자유한국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5일 국회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과 청와대의 뜻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최악의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공수처 검사의 자격요건을 원안보다 완화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종안은 변호사 자격 보유자 중 재판·수사·조사 업무 경력 10년 이상 요건을 5년 이상으로 낮췄다. 제대로 된 재판·수사 실무 경험도 없으면서 각종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특정 단체 변호사를 공수처 검사로 임명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공수처는 검찰 개혁 차원에서 관련 법안이 제기된 지 17년 만에 탄생하는 기구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 그러려면 이에 역행하는 독소조항은 제거되는 게 마땅하다. 중립·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견제장치도 더욱 갖춰야 한다.
[사설] 막판에 끼워넣은 공수처법 독소조항 제거하라
입력 2019-12-2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