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사 작전 같은 월성 1호기 폐쇄, 이렇게 해도 되나

입력 2019-12-26 04:03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영구 정지시켰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반대했지만 정부·여당 측 5명이 찬성했다. 엄재식 원안위 위원장은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고,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판단을 감안해 영구 정지를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엄 위원장이 든 안전 위협과 경제성 부족 등 두 가지 폐쇄 이유 모두 논란투성이다.

특히 원안위는 감사원의 경제성 평가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폐쇄 결정을 내렸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국가 중대시설의 폐쇄를 이렇게 군사 작전하듯 막무가내로 하는 건 유례가 없다. 작년 6월 한수원 이사회의 폐쇄 의결 근거가 된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 보고서는 “엉터리”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논란이 됐다. 국내 23개 원전의 역대 평균 이용률이 89%인데도 월성 1호기의 향후 이용률만 60%로 낮춰 잡아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근거로 삼았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자료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원전의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해 아직 진행 중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한수원의 경제성 축소’로 나오면 한수원 이사회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떤 것을 따져봐도 성급하고 무리한 결정이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아는 엄 위원장 등이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은 탈원전을 내세운 문재인정부를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로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나자 5900억원(애초 계획은 7000억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원안위로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연장 운전을 승인받았다. 5900억원을 들여 설비를 교체해 새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고철이 될 판이다.

이번 정부의 탈원전 기조는 국제사회의 에너지정책 추세에 역주행이다. 최근 유럽연합(EU) 27개국은 원자력에너지를 탄소배출을 막을 대안으로 인정했고, 스웨덴과 호주는 원전 재개로 선회 중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모델로 삼은 나라들이 잇따라 탈원전 기치를 내리고 있다. 세계적 추세와 산업계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이라면 이게 제대로 된 정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