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한국이 해결책 내놔야”… 강제징용 여전히 평행선

입력 2019-12-25 04:02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강경화(맨 왼쪽)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맨 오른쪽) 일본 외무상 등이 배석했다. 청두=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45분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갈등 해결의 ‘입구’에 함께 섰다. 지난 7월 일본의 전격적인 수출규제 조치 이후 양 정상이 민감한 현안을 풀기 위해 정식으로 머리를 맞댄 것이다. 다만 갈등 해결의 최종 출구를 찾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갈등의 뿌리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두고 아베 총리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모두발언에서 “솔직한 의견” “솔직한 대화”를 언급하며 덕담을 건넸다. 먼저 발언한 아베 총리는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이라며 “북한 문제를 비롯해서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본·한국·미국 간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저로서도 중요한 일·한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양국이 머리를 맞대어 지혜로운 해결 방안을 조속히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한국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교역과 인적 교류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상생 번영의 동반자”라며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 정상은 현안에 관해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핵심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다. 아베 총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이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일본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에게 ‘구(舊) 한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피해자) 문제에 관한 우리나라(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교정상화의 기초가 된 일·한(한·일) 기본조약, 일·한 청구권협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의 책임으로 (징용 문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계기를 한국 측이 만들어줄 것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징용 배상 판결에 따라)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는 사태는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 건(징용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의 입장을 반복하지 않겠지만, 이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조기에 해결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고 NHK방송이 보도했다.

이처럼 두 정상은 여전한 입장차를 확인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는 뜻을 같이했다. 이를 추진력 삼아 외교당국 간 징용 문제 해법 논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출규제 문제도 한·일 국장급 협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조속한 회복”을 강조했고, 아베 총리도 “앞으로도 수출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가자”고 했다. 한국 정부는 수출규제 원상 회복을 요구하는 조건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를 조건부 연기한 상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소미아 폐기 연장 기한을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무작정 계속 길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어느 정도 기한 안에는 이 문제가 풀려야 한다는 것은 양국도 다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두=임성수 기자, 이상헌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