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3개월 만에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식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 언론의 평가는 박했다. 대화를 지속하자는 원론적 합의를 이룬 것 외에는 양측이 문제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문제에서 이견만 확인했다고 전했다.
후지TV는 24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온도차가 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일본에 수출규제 강화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문 대통령에게 “근본 원인은 강제징용 관련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핵심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지 못하고, 서로 대화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취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회담 후 “강제징용 협의를 지속한다는 내용 외에는 서로의 입장을 말하는 데 그친 회담”이라고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아시아경제연구소 소속 아베 마코토 센터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정상회담 실현 자체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결국 수출 규제와 강제징용 문제에서 차이를 메울 수 없었다”며 “단번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출신 프리랜서 기자 다카하시 고스케도 “두 정상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으나 강제징용 문제 해결 전까지는 양국 관계의 극적 개선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 정부의 정상회담 평가도 미묘하게 엇갈렸다. 일본 측 기자회견은 일본의 주 관심사인 징용 문제에 방점이 찍혔다. 회담에 배석했던 오카다 나오키 관방부장관은 “회담시간 45분 중 3분의 1 정도가 넓은 의미에서 징용 관련 내용이었다”고 소개했다. 징용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양국 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 측으로 돌린 것이다.
한국 측 주 관심사인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오카다 부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종래의 입장에 기초해 발언했고, 아베 총리도 일본 측 입장과 원칙에 기초해 답변했다”는 정도로만 소개했다. 그는 회담 분위기에 대해 “양 정상이 발언할 때 동석자 모두가 귀를 기울였고, 긴장된 분위기였으나 그렇다고 가시 돋친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