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비례한국당’ 창당 공식화… “계열사 만들기 꼼수”

입력 2019-12-25 04:03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국비례당의 정당득표율에 따른 예상 의석수 등이 담긴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맞불로 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역구 의석이 많은 정당일수록 비례 의석수는 줄어든다. 손해가 불 보듯 뻔한 양당으로선 껍데기뿐인 ‘페이퍼 정당’을 만들어서라도 비례 의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꼼수는 승자독식 선거 구조를 깨트린다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 취지를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누더기가 된 선거법의 개혁성이 더 후퇴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합의한 선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곧바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비례한국당 창당은) 우리 당 지지자가 정당투표를 할 때 비례대표 공천용 정당에 투표하게 하기 위함”이라며 “이분들이 당선되면 한국당과 합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례한국당이란 당명은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돼 있어 당사자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김 의장은 당사자와 접촉해본 뒤 당명으로 쓸 수 없을 경우 다른 당명을 쓰겠다고 했다.

연동형 비례제는 한국당처럼 지역구 의석이 많은 정당에 불리하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총 의석수를 먼저 정한 다음 지역구 의석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전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무한정 보전해주는 것은 아니고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에 대해 50%의 연동률을 적용한다. 예컨대 전체 의석 300석을 기준으로 내년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10%를 얻은 정당은 30석을 확보하게 된다. 그런데 해당 정당이 지역구에서 20석만 얻었을 경우 부족한 의석(10석)의 절반(5석)은 비례대표로 채워준다. 한국당처럼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정당은 연동률이 적용되는 비례 의석(30석)을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당 지지자들이 지역구에서 한국당 후보들을 찍고, 정당 투표는 비례한국당에 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여당이 비례민주당 창당설에 휩싸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의장은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민주당의 내부 보고를 입수했다. 민주당도 비례당을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비례당을 안 만들면 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의) 거의 반을 쓸어간다”는 외부 전문가의 문자메시지를 보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일부 지지자가 SNS 등을 통해 비례민주당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앞장서서 선거제 개혁을 주도한 마당에 한국당과 같은 꼼수를 부리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4+1 협의체를 통해 비례한국당 출현을 막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심우삼 신재희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