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도 겨울 녹인 찬양 버스킹

입력 2019-12-25 00:01
제주 탐라공원에서 24일 열린 ‘크리스마스 버스킹 예배’에서 제주지역 교회 찬양팀이 찬송가 ‘저 들 밖에 한밤중에’를 부르고 있다.

24일 제주 일도1동 탐라공원. 오후 5시가 되자 찬송가 123장 ‘저 들 밖에 한밤중에’가 동문로에 울려 퍼졌다.

제주동문시장 건너편인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이다. 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제사를 주기적으로 지내고 여호와의증인 등 사이비·이단들이 공개적인 포교활동을 펼친다. 이런 상징적 공간에 제주지역 교회 10개가 하나 돼 ‘크리스마스 버스킹 예배’를 드리고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렸다.

이날 기온은 10도였지만 짠내나는 바닷바람 때문인지 체감온도는 훨씬 낮았다. 하지만 어쿠스틱 기타와 신시사이저, 전자드럼, 바이올린 등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찬양한 7개 버스킹 찬양팀의 열정은 막진 못했다. 직육면체 나무상자 모양의 타악기인 카혼의 흥겨운 리듬이 돋보였다.

초등학교 5학년인 김한나양이 동요 ‘노래가 만든 세상’을 때 묻지 않은 청명한 목소리로 부르자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시민들도 고개를 돌렸다. 광장을 배회하던 노숙자들도 큰 소리로 “아멘” “잘한다”를 외쳤다.

제주는 아직도 무속신앙이 강하다.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 신구간(新舊間)이라는 기간이 있는데, 이때 이사를 하고 집수리를 한다. 집안의 신들이 천상(天上)으로 올라가 비어있는 이 기간 말고 아무 때나 일을 하면 화를 입는다고 믿는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전도단 제주지부 김기욱(44) 간사가 영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지난해 성탄절 전날 제주시청 앞에서 버스킹 예배를 처음 시작했다. 올해는 제주등대교회(임병연 목사) 제주제일침례교회(유기원 목사) 서귀포성결교회(이기원 목사) 신제주광염교회(강성운 목사) 등이 함께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김 간사는 “버스킹 예배의 진짜 목적은 하나님 외에 다른 것에 빼앗겨 영적으로 메마른 이 땅을 향해 제주땅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있다”면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갈수록 변질되고 있는데 거리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의 구원자이심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버스킹 예배 후 참석자들은 손난로와 건빵, 카스테라, 음료 등이 들어있는 작은 선물 200개를 행인에게 나눠줬다. 선물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예수님의 나심을 함께 기뻐해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6만 한국교회가 사회를 향해 꼭 하고 싶은 말이었다.

제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