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 “두번째 탄핵 추진할 수도”

입력 2019-12-25 04: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하원 표결을 통과한 탄핵안의 상원 송부를 차일피일 미루던 민주당은 하원 차원에서 두 번째 탄핵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탄핵안을 상원에서 부결시켜 탄핵 정국을 조기에 끝내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에 노골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폴리티코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하원 법사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법원에 보낸 서한에서 “본 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위반을 저질렀는지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최근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본 위원회의 조사작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해임하라는 지시를 도널드 맥갠 전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내렸다는 사법방해 의혹도 받고 있다. 하원은 맥갠 전 고문의 청문회 소환을 추진했으나 백악관이 거부하면서 소송전이 벌어졌다. 1심 법원은 지난달 말 “미국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며 맥갠 전 고문이 의회에서 증언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법무부는 항소했다.

그로부터 약 3주 뒤인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했다. 그러자 법무부는 탄핵 절차는 상원의 소관이 됐기 때문에 맥갠 전 고문의 소환 요구는 효력이 없어졌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하원 법사위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될 경우 사법방해 혐의를 담은 두 번째 탄핵안 표결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사위는 “맥갠 전 고문의 증언으로 기존 탄핵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탄핵 사유가 드러날 경우 본 위원회는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신규 탄핵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은 이변이 없는 한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 정국의 불씨를 조금이라도 더 이어가기 위해 탄핵안의 상원 송부를 미루는 지연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상원의 탄핵안 부결을 손꼽아 기다리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황당한 상황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민주당이 지금 벌이는 짓은 상원 방해로서 헌법 위반임은 물론 도덕적, 정치적으로 잘못됐다”며 “이로 인한 진정한 피해자는 미국 국민과 헌법이다. 펠로시 의장의 계략 탓에 헌법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