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비극 ‘살해 후 자살’… 대구 일가족 4명 숨진 채 발견

입력 2019-12-25 04:07

성탄절을 앞두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 4명이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번 사건 역시 생활고를 비관한 부모가 자녀들을 동반한 채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은 자신들의 의지와 아무 상관없이 부모 뜻에 따라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24일 대구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후 8시10분쯤 대구 북구의 한 주택에서 40대 부모와 중학생 아들(14), 초등학생 딸(11)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중학생 아들이 등교하지 않고 부모도 연락이 안 된다는 담임교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방 안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집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부모의 개인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친척과 이웃주민들의 말,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 사건은 올해에만 이미 수차례 일어났다. 지난달 19일에는 인천 계양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일가족과 딸의 친구까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달 2일에는 서울 성북구의 다가구주택에서 일가족 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달 초에도 제주도와 경남 김해에서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당시 부모에 의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은 각각 12살과 8살, 5살과 4살이었다.

이 사건은 모두 부모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자녀를 살해한 사건이다. 이처럼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면서 애꿎은 자녀들까지 죽음으로 몰고 가는 안타까운 사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최소 279명(미수 포함)의 미성년 자녀들이 부모의 죽음에 강제 동반된 것으로 최근 나타났다. 매달 두 명꼴이다. 이 기간 발생한 20세 이하 살인사건 피해자(미수 포함)는 700여명이었다.

미성년 살인사건 피해자 셋 중 한 명은 부모의 극단적 선택 때 함께 허망한 죽음을 맞은 것이다. 아이들은 생명을 다 살아보지 못하고 꿈을 키워갈 기회를 빼앗겼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