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저녁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기습 상정하자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이틀째 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로 맞불을 놓았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가칭)대안신당 등 ‘4+1 협의체’는 쪼개기 임시국회를 열어 26일 선거법 의결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유치원 3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국회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로 인해 시급한 민생 법안들은 발목이 잡혀 있다. 내년도 예산안은 통과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예산 부수 법안은 26건 가운데 20건이 의결되지 않은 상태다. 연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내년도 예산 집행에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내년 연금 인상을 위한 기초연금법과 장애인연금법, 양돈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포항지진 피해자 지원 특별법, 소상공인 기본법 등 각종 민생 법안들도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대체복무 관련 병역법 개정안은 연내 의결되지 않으면 당장 다음 달부터 징병 행정 절차가 중단된다.
그런데도 여야는 국민들은 안중에 없다. 패스트트랙 법안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당리당략에 매몰돼 비쟁점 민생·경제 법안을 볼모로 잡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구태에 국민들은 신물이 날 지경이다. 여야는 “밥그릇 막장정치” “날강도”라며 상대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지만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쟁점 법안에 대해 논의할 시간이 많았는데도 여야는 자기주장만 고집하다 허송세월했다. 이렇게 된 데는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 선거법 개정과 검찰 개혁은 국민 다수가 바라는 시대적 과제였는데도 반대로 일관하며 사실상 협상을 거부해 정치의 실종을 초래했다. 그런 행태가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음은 여론조사결과가 말해 준다. 민주당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국정에 무한책임이 있는 여당인데도 한국당을 존중해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타협과 상생의 정치문화가 완전히 실종된 지금의 난장판 국회다.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가.
[사설] 타협·상생의 정치 끝내 외면한 국회
입력 2019-12-2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