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밝힌 연탄 천사 300인

입력 2019-12-25 00:02
어린이 봉사자들이 24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대에서 고사리 손으로 연탄을 건네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우리 사회 가장 어려운 이웃인 연탄 가구들을 위해 300인 봉사자들이 힘을 모았다. 연탄을 나르며 성탄의 기쁨을 나눴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은 24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대에서 ‘2019 성탄데이 연탄나눔’ 활동을 벌였다. 2020년 경자(庚子)년 쥐의 해를 맞이해 “2020년엔 모두 행복하겠쥐~”라고 쓴 플래카드를 펼쳤다. 연탄은행에 봉사 신청을 한 100명, 가수 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인 100명, 카카오 나눔 플랫폼 ‘같이가치’를 보고 온 100명 등 총 300인이 연탄 나눔에 참여했다.

서울 100주년기념교회 집사인 가수 션은 봉사자들에게 “크리스마스이브에 좋은 데 오셨다”면서 “이웃에 사랑을 나누는 뜻깊은 크리스마스가 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션은 연탄은행과 함께 ‘대한민국 1도 올리기’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300명 봉사자들은 이날 국민대 뒤편 산비탈에 들어선 달동네 구석구석에 연탄 8000장을 배달했다. 1인당 연탄 20장씩 후원도 잊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딸, 4학년 딸, 6학년 아들과 함께 연탄 지게를 멘 강윤미(32·여)씨는 “아직도 어렵게 사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아이들 학교에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여자 친구 손을 꼭 잡고 연탄을 나른 나상빈(24)씨는 “지난해 홀로 연탄 나눔을 해보고 배운 게 많아 올해는 여친과 크리스마스 연탄 데이트를 하게 됐다”며 웃었다.

정릉3동에 55년째 거주 중인 조봉현(83·여)씨는 이날 연탄 천사들이 두고 간 연탄 100장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연탄난로의 온기에 기대어 겨울을 나는 독거노인 조씨는 “기름보일러가 있긴 하지만 기름값이 너무 비싸 몹시 추운 겨울 아니고선 때지 못한다”면서 “연탄으로 4월까지 지낸다”고 말했다.

허기복 목사는 “연탄 봉사는 한꺼번에 대규모로 해야 덜 힘들고 더 즐겁다”면서 “성탄을 앞두고 연탄 나눔에 함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