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타격왕을 차지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내야수 배지환(20)은 겨울 휴식을 반납하고 호주프로야구 2019-2020시즌 질롱 코리아에서 실전 감각을 익혔다. 질롱과 합의된 5라운드를 마친 배지환은 호주를 방문한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한국으로 돌아가 잠시 머무를 예정이다.
배지환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올 시즌 경기 출전이 부족했다는 판단이 들어 윈터리그에서 뛰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질롱 선수들 중에는 고등학교 동창인 배현호·신효승(이상 키움 히어로즈)과 특히 가깝다. 이제는 모두와 친해졌다”고 덧붙였다.
배지환은 호주리그에서 19경기에 나서 타율 0.297 2홈런, 0.416의 출루율과 팀내 최다 도루(6개)를 기록했다. 배지환은 “투수의 수준이 다양해 타격 성적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루나 수비 등에서 개인적인 기량 발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호주리그 활약에 만족을 표시했다.
올해 싱글A에서 배지환은 아마시절 주포지션인 유격수(33경기)보다 2루수(43경기)로 더 많이 선발 출장했다. 배지환은 “다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야 미래가 있을 것 같다 판단해 구단에 2루도 보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시드니 블루삭스와의 경기에서 유격수로서 실책을 4차례나 저지른 것에 대해 일각의 비판도 없지 않았다. 배지환은 “준비가 부족했던 내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다행히 그후 경기에서 단 한 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롤모델은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37)다. 추신수를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는 배지환은 “마이너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메이저리그에서 대활약한 점이 가장 존경스럽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피츠버그에서 강정호(32)와 한솥밥을 먹었던 데 대해서는 “강정호 선배가 야구 내외적으로 많은 것을 알려줬다.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을 했다”고 고마워했다.
배지환은 미국 진출 2년 만에 싱글A 타격왕(타율 0.323)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내년 목표를 묻자 “(더블A나 트리플A등) 특정 리그에서 뛰겠다는 목표는 스스로를 조급하게 할 것 같다”며 “올해(86경기)보다 내년에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명확한 선수보다 공수주 모두를 잘하는 만능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