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부흥의 역사 되새겨 은혜·축복·회복의 토양 만들어야

입력 2019-12-26 00:06
21C목회연구소가 지난 19일 경남 거제 고현교회에서 ‘2020 경남지역 목회계획 콘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21C목회연구소 제공

나는 목회연구소 사역을 하기 때문에 특성상 주일예배 설교와 집회, 세미나 강사로 초청받아 많은 교회를 방문한다. 지난 20여년간 직접 경험한 한국교회의 토양은 심각할 정도로 화석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회들의 예배 분위기나 기도 열기, 모임의 열정, 참여자 헌신도, 연합의 힘이 바닥을 보이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왜 그 시대의 좋은 모습들을 이어가지 못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우리에게는 은혜의 시대가 있었다. 주일 아침 예배나 저녁예배, 수요기도회, 구역예배에는 모두 잘 모였다. 예배나 모임 숫자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마을이나 지역 어느 교회에서 부흥회를 하면 그 주변 교회들과 성도들이 함께 참석해 예배당을 가득 채웠다. 열심히 모이기를 힘썼을 때 하나님의 은혜는 폭포수처럼 임했다. 그러나 오늘의 교회들은 참으로 은혜받기가 쉽지 않고 은혜가 폭포수처럼 내리는 예배와 집회는 보기 드물다. 예배나 부흥회, 집회를 열어도 잘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축복의 시대도 있었다. 한국교회를 지탱해오던 믿음은 ‘순종’이었다. 성도들은 교회를 섬기는 것이나 주의 종을 섬기는 데 온 정성을 쏟았다. 농사를 짓던 시절 땅에서 나오는 첫 열매는 무엇이든 먼저 목회자에게 대접했고, 모든 성도가 성미를 드리고, 목사님 생일이 되면 잔치를 했다. 추수감사절이면 강단에 손수 준비한 쌀가마니가 수북이 쌓였고, 1년 내내 어려운 재정이 채워지곤 했다.

그야말로 신명기 28장 5~6절 말씀처럼 “네 광주리와 떡 반죽 그릇이 복을 받을 것이며 네가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는, 복에 복을 받는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 교회 안에는 순종이 마르고 있다. 주의 종을 섬기고 대접하는 순종의 믿음이 사라졌다. 그래서 축복받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입을 열면 어렵고 힘들다는 소리만 나오는 것이다. 순종할 때 기쁨과 복이 임한다.

한국교회에는 회복의 시대도 있었다. 밤이면 어둡고 추운 교회 마룻바닥 위 자주색 방석에 무릎을 꿇고 밤새 눈물을 흘리며 회개의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 전국 모든 교회마다 붐볐다. 부흥회와 집회를 할 때도 회개하고 자복하는 통곡의 울부짖음과 콧물, 눈물이 예배당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그 회개에서 사람들은 질병과 문제, 상처와 고통과 가난으로부터 회복이 됐고 여기저기 기적이 일어났다.

그러나 오늘 교회에서 성도들의 회개 눈물은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과거엔 회개를 설교하면 모두가 자신을 향한 주의 음성으로 듣고 눈물로 채웠지만, 지금은 회개 설교를 하면 자신을 공격하는 소리로 듣고 불쾌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회복과 치유는 회개로부터 온다. 사도 베드로는 “너희가 회개하고 돌이켜 너희 죄 없이 함을 받으라 이같이 하면 새롭게 되는 날이 주 앞으로부터 이를 것이요”(행 3:19)라고 선포하지 않았는가.

한국교회는 지금 어떠한 시대인가. 은혜의 시대, 축복의 시대, 회복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다시 은혜의 시대가 오려면 예배이든 부흥회이든 기도회이든 모이는 데 힘써야 한다. 축복의 시대가 다시 오려면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주의 종을 섬겨야 한다. 회복의 시대가 오려면 모두가 회개하며 무릎 꿇고 눈물로 기도하고 자복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한국교회가 극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서로 하나 돼 간절하게 기도하며 결단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결단의 시기이다. 선택의 시기는 지났다. 예수를 믿는 사람은 그 누구든 교회로 돌아오는 결단, 교회를 세우는 결단, 교회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교회는 모든 인류의 문제와 상황과 죄를 해결할 뿐 아니라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예술 등 인간의 삶의 질을 형성하는 토대를 제공한다.

21C목회연구소는 매년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목회계획 콘퍼런스를 통해 한국교회의 방향 설정과 미래 교회로의 도약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그런데도 한국교회의 토양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그 원인은 교회의 가치, 교회의 권위, 교회의 질서, 교회의 거룩성을 향상하는 교회의 토양 작업에 매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사랑하는 교회’의 저자 대린 패트릭의 말이다. “복음주의 성도들은 교회 역사를 극단적으로 과대평가하거나 극단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과대평가하는 경우는 성경에 따라 전통을 쌓지 않고 전통을 성경보다도 중시하는 것이다. 과소평가하는 경우는 하나님이 과거에 행하신 역사가 현재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난 시대를 거울삼아 좋은 토양으로 만들어진 교회가 될 때 30배 60배 100배 결실을 보게 된다. 은혜가 넘치는 토양, 축복이 임하는 토양, 회복을 이루는 토양을 만드는 교회가 돼라.

김두현 목사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