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고조 상황, 한·중·북에 이롭잖다”

입력 2019-12-24 04:01

문재인(얼굴 왼쪽) 대통령이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최근 상황은 우리 양국은 물론, 북한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며 “모처럼 얻은 기회가 결실로 이어지도록 더욱 긴밀히 협력해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중국과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과 이익이 일치한다”고 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모멘텀’에 뜻을 모았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군사적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중국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준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북한이 대미 협상의 ‘연말 시한’ 종료를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암울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북한에도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은 “한국과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를 견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하는데, 이는 안정을 유지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확고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동력을 불어넣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일부 완화 결의안을 제출한 것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결의안에 대해 저희도 주목하고 있고, 한반도 안보 상황이 엄중한 시점이어서 다양한 국제적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하에 북·미 대화가 성과를 도출하도록 끝까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제재 해제에 반대하고 있어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카드다.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 개선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올해 양국 간 교류가 활기를 되찾아 교역이 2000억달러를 넘어섰고 8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오갔다”면서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취해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국 대중문화 금지 조치)을 완화해 우호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맹자는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고 했다”며 “한·중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천시와 지리를 갖췄으니 인화만 더해진다면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 내년 가까운 시일 내에 주석님을 서울에서 다시 뵙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시 주석도 “양국은 아시아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무게감과 영향력이 있는 나라”라며 “우리는 양자 관계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실현하고 지역의 평화·안정·번영을 촉진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넓은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의 회담은 6번째로, 지난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개월 만에 이뤄졌다.

베이징=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