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중은 운명적 공동체” 習 “양국 손잡으면 많은 일”

입력 2019-12-24 04:03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기념촬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과 관련해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우리는 긴밀하게 협력을 해온 친구이자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베이징=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한·중은 공동 운명체”라고 했고, 시 주석도 “양국이 손을 잡으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양국 협력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두 정상은 당초 30분으로 예정돼 있던 시간을 넘겨 55분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 다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 이에 대한 보복 조치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국 대중문화 금지 조치)에 대해선 크게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 뒤 중국 베이징에서 청두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 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최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교착상태에 이른 데 대해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한은 북·미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나가게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라며 한반도의 평화에 일관된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며 “문 대통령도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살려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의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것에 대해 한국은 물론 시 수석도 필요성과 중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두 정상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한·중 양국이 손을 잡으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진심어린 말이다”라고 전하며 양국 관계의 심화·발전을 긍정 평가했다. 시 주석은 특히 “현재 세계 100년 동안 없었던 큰 변곡에 대해서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히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국의 입장은 문 대통령 집권 이후 더욱 강화됐고 통하는 부분이 더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거론한 ‘변곡’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을 일컫는 것으로, 그 중간에서 한국이 중국을 지지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두 정상은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시 주석은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싸우면 모두에게 상처가 남는다”며 “충돌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건설적 대화로 원만한 해결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한·중 양국 간 이견이 큰 사드 문제도 논의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에 대해선 시 주석이 ‘타당하게 해결되길 바란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했고, 문 대통령께서는 ‘지난번 우리 정부의 입장과 변한 게 없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한한령 문제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언급 없이 “앞으로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강화시키고 더 많은 협력을 이뤄내자”는 정도의 논의가 오갔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두 정상은 또 미세먼지 등 환경 협력에 대해서도 “환경 문제는 양국 국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방한 요청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 이어 업무오찬까지 총 130분간 현안을 논의했다. 양국의 문화부터 한반도 평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에 대해서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어졌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시 주석은 회담장 입구에서 대기하다가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 사열을 마친 문 대통령을 맞이했고, 양 정상은 밝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청두=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