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견제하고 우리공화당 빼고, ‘국민통합연대’ 떴다

입력 2019-12-23 18:38
이재오(앞줄 왼쪽 두 번째) 자유한국당 상임고문과 홍준표(왼쪽 세 번째) 전 대표 등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통합연대 창립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친이명박·비박근혜계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연대가 ‘보수 통합’을 내걸고 23일 출범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극우 세력과 함께 장외 집회에 몰두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보수 통합에 중도층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바른미래당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어 중도층의 마음을 잡기 위한 싸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민통합연대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박근혜 정권의 탄핵으로 궤멸한 보수는 사분오열됐고, 현 정권은 대한민국 70년 역사의 자유 체제를 부정하고 있다”며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현실에서 국민 대통합의 깃발을 세우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중앙집행위원장으로 추대된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은 “국민통합연대를 정당으로 만들지는 않는다”면서도 “곧 보수통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통합연대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등 전직 의원 3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비박계 주호영·장제원·김성태·권성동 의원이 행사에 참석했다.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 황교안 한국당 대표. 황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이 날치기 처리되면 비례를 노리는 정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라며 20대 총선 때의 짧은 투표용지와 1.3m짜리 가상의 투표용지를 들어보였다. 김지훈 기자

국민통합연대는 보수통합에 극우 이미지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우리공화당 등의 참여를 배제했다. 이 상임고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의 확장성을 상대로 해야지, 극우 쪽으로 편향되는 건 도움이 안 된다”며 “100명이 넘는 의석을 갖고 국회에서 문제를 타협하고 해결할 생각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겨냥해 “사장하던 사람이 갑자기 머리에 띠를 매고 노조위원장을 한다고 해서 국민에게 감동이 있겠나. 메신저와 메시지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만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이 행사에 참석해 “기도를 하다가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목소리를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간첩 사상이 대한민국을 해체시킬 것” 등의 발언을 해 극우와 거리를 두겠다는 선언이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홍 전 대표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의 축사는 이 모임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통합연대는 친이계와 친박근혜계 간 갈등을 봉합하고 중도를 아우르는 보수 통합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 상임고문은 “보수 분열에 친이계의 책임이 있다면 제가 대표로 사죄한다”며 극좌와 극우를 뺀 중도 보수의 연합체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친이, 친박계가 생기면서 보수우파 진영의 분열이 시작됐다”며 “이 상황을 이제 극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안 전 대표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전·현직 원외위원장 등 196명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야당은 분열과 지리멸렬로 문재인정부의 국정 실패를 견제할 세력도, 힘도 없는 ‘대안 부재’ 상태”라며 “안 전 대표가 결단하고 앞장서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은 전날 손학규 대표에게 최고위원회를 해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손 대표는 “이제 안 전 대표가 (정계 복귀에 대한) 입장을 결정해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의 사퇴가 모든 것의 전제가 돼 있는 것은 아니다. 안 전 대표가 복귀하면 효율적인 안착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얘기”라고 답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