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대 론스타 ISD, 소송액·판결시점·이자리스크 ‘안갯속’

입력 2019-12-24 04:05

시장의 시선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패소한 ISD로 기록된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M&A) 건보다 파괴력이 크다. 알려진 소송액은 5조원 규모(약 46억7950억 달러, 잠정치)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에 한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최종 판결은 7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론스타 ISD’를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고 꼬집는다. 보안 등을 감안해 공개하기 어렵다고 하는 정부 대응전략을 빼더라도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액, 예상되는 최종판결 시점, 이자리스크(패소 시 배상해야 할 지연이자) 등은 모두 안갯속에 있다. 특히 이자리스크는 판결이 늦어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국민 혈세로 막대한 돈을 물어줘야 하는 만큼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ISD를 제기했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매각 승인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기업가치가 떨어져 손실을 봤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벌어들인 매각 이익에 정부가 지나치게 높은 세율을 적용한 점도 부당하다고 한다.

론스타 ISD는 7년 넘게 늘어지면서 정부가 패소 시 떠안게 되는 이자리스크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통상 ISD 배상 규모를 책정할 때 이자비용의 경우 시장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덧붙인다. 리스크 프리미엄은 예측 불가능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23일 “국제분쟁 소송에서 정하는 법정 이자율이 있는데, 이는 시장금리의 배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며 “재판소가 리보(LIBOR·국제금융거래 기준이 되는 금리)에다 리스크 프리미엄을 얼마나 적용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국제통상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최근 한국 정부가 패소한 이란 다야니 가문 ISD의 이자율 적용치(리보+2%)만 고려해도 천문학적 금액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나 론스타 ISD와 관련해 알려진 게 없다. 정부는 최종 판결이 내년 중에 날 것이라고만 설명한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애초 2018년 하반기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재판소가 지난 5월에 있었던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 간 중재재판 결과를 먼저 검토하면서 판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 ISD의 최종심리는 2016년 6월에 이미 끝났다.

또한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액은 ‘깜깜이’다. 46억7950억 달러라는 금액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정부의 제출자료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밝힌 잠정치다. 패소 시 배상액은 추산이 불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배상 비용의 경우 세부적인 판결 결과나 판결이 지연된 기간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에 미리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판결이 지연돼 늘어난 이자비용 부분은 따로 정부 차원에서 불만 제기를 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송 진행 과정을 공개할 수 있는 부분까지 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 변호사는 “재판소에서 심리종결 선언을 이렇게까지 미루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정부는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패소 시 예상되는 배상 규모 등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