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우병우 구속시킨 ‘직권남용’, 조국 발목잡았다

입력 2019-12-23 18:43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청와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국(사진)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시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을 지시하는 등 명백한 직권남용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박근혜정부의 이른바 ‘적폐 인사’들을 줄줄이 법정에 세우고 유죄로 선고됐던 직권남용죄가 이번엔 조 전 장관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 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3일 “조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17년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도 감찰 중단을 지시한 정황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6일 오전 권덕진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권 부장판사는 유 전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감찰 무마 과정에서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의 의사에 반해 적극적으로 감찰 중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금융위원회의 유 전 부시장 비위 조사도 조 전 장관이 무마시킨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정무적인 최종 책임”만 언급해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점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적용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는 과거 검찰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구속될 때 적용된 같은 혐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강요죄만 인정됐지만, 항소심에선 직권남용도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조윤선 전 장관은 세월호참사특조위 설립 및 활동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우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지난해 12월엔 국가정보원에 지시해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을 불법 사찰한 혐의(직권남용)가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정수석 시절 조 전 장관과 비슷한 맥락의 범죄사실로 영장이 청구된 우 전 수석 선례로 볼 때 조 전 장관이 영장 발부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직권남용 형량은 징역 5년 이하로 직무유기 형량(징역 1년 이하)보다 훨씬 높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적폐청산 수사 이후 직권남용죄는 한층 엄격한 처벌을 받는 분위기”라며 “(조 전 장관) 구속영장이 발부될 확률이 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인사도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라는 위치에 있었고, 감찰을 무마한 대상도 금융위 고위 간부였기 때문에 혐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영장 발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장전담 재판부가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이 조 전 장관 주장대로 ‘정무적 판단’이었다고 인정할 경우 구속은 어려울 것이라는 상반된 시각도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과 사법부의 판단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면서 “결국 조 전 장관이 실제 유 전 시장의 비위를 어느 수준까지 알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