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대졸자 30%, 눈높이 낮춰 ‘하향 취업’

입력 2019-12-24 04:05

전체 대졸자 3명 가운데 1명은 학력 수준보다 낮은 일자리로 ‘하향 취업’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학력자들이 부쩍 늘어난 데다, 고령화로 장년층이 노동시장에 뛰어들면서 일자리 부족 현상이 생기고 있어서다. ‘취업 깡패’로 일컬어지던 이공계생들마저도 취업이 여의치 않다.

한국은행은 23일 ‘하향 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를 발표하고 “하향 취업률이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면서 최근엔 30%를 웃돈다”고 밝혔다. 하향 취업은 취업자의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은 경우를 뜻한다. 한은은 대졸 취업자가 직업 분류상 관리자, 전문가 및 사무종사자로 취업하면 ‘적정 취업’으로 분류하고, 그 외 나머지 직업을 가지면 ‘하향 취업’으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통계청과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향 취업률은 지난 9월 30.5%를 기록했다.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22~23% 수준이었는데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하향 취업률이 큰 폭으로 올라갔고 상승세는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대학 전공별 하향 취업률은 의약·사범계열만 제외하고 모두 30% 안팎이었다. 자연계열(30.6%)에서 하향 취업률이 가장 높았다. 예체능(29.6%), 인문사회(27.7%), 공학(27.0%) 등이 뒤를 이었다. 사범·의약 계열은 각각 10.0%, 6.6%에 그쳤다. 한은은 “하향 취업자 가운데 85.6%는 1년 후에도 하향 취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4.6%만 적정 취업으로 전환했다”며 “이는 일자리 사다리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향 취업률이 증가하는 이면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고령화가 자리한다. 고학력 일자리 수가 대졸자 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반영된 것이다. 한은은 “하향 취업률은 청년층 외에 장년층에서도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장년층이 은퇴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한은은 하향 취업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직업교육 강화와 고학력화 현상 해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은은 “노동시장 제도를 개선해 직업 간 원활한 노동 이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