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오키나와현의 ‘뜨거운 감자’인 후텐마 미군 비행장 이전이 또다시 늦춰질 전망이다. 이전 예정지인 오키나와현 헤노코 해안 지역의 지반이 약해 매립공사에만 당초 계획했던 5년보다 2배에 달하는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23일 헤노코 지역의 매립공사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3년 작성된 일본 내 미군기지 통합계획에 따르면 매립공사 기간을 5년으로 상정한 뒤 매립 후 관련시설 정비까지 추가로 3년이 걸릴 것으로 봐 이전 시기를 2022년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상 지역에서 연약지반이 발견돼 보강공사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일러도 2030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후텐마 비행장은 미 해병대의 중추인 제3해병 원정군의 항공기지다. 1945년 태평양전쟁 당시 이 지역을 점령한 미 해병대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헬기와 항공기가 매일 이착륙하는데 주거지역과 맞닿아 있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아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미군기지’로 불린다.
기지 이전 문제가 본격화된 건 1995년 미군이 현지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다. 당시 미국과 일본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을 발표했다. 오키나와현은 현 바깥으로 이전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기존 기지에서 52㎞ 떨어진 헤노코 해안 지역에 비행장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오키나와는 1879년 일본에 병합된 류큐국의 영토로 그동안 2등국민 취급을 당해 왔다. 특히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은 오키나와 전투에서 현지인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웠고, 미군 진입이 임박하자 자결을 강요했다. 오키나와 전체 주민의 30%인 12만명이 당시 사망했다.
2차대전 후 오키나와는 미군 통치를 거쳐 1972년 일본에 귀속됐지만 아직 오키나와 땅의 20%는 미군기지다. 일본 전체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한 오키나와에 미군기지의 75%가 집중돼 있다. 일본의 안전보장 명분으로 희생을 강요당해 온 오키나와는 비행장의 헤노코 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했던 헤노코 해안 매립공사를 재개한 상태다. 연약지반 보강을 위해서는 오키나와현의 설계 변경 승인이 필요하지만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 지사는 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마키 지사는 공사가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 공사라면 필요 없다”면서 헤노코 이전을 거듭 반대했다. 현재로서는 후텐마 비행장의 2030년 이후 반환도 불확실해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