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기 “檢, 불법 도청 의심”… 檢 “적법 절차로 확보”

입력 2019-12-24 04:07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3일 울산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송 부시장은 자신의 업무수첩에 대해 “사실이 아니거나 오류가 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중심에 있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검찰의 도청을 주장했다. 본인과 송철호 현 울산시장 간의 통화 내용을 검찰이 불법적으로 습득했다는 주장인데, 검찰은 즉각 반박했다. 송 부시장은 본인이 직접 기록한 업무수첩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송 부시장은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2018년 3월 31일에 대한 진술을 바로잡으려 할 때 검찰이 녹취록을 들려줬다”며 “이 녹음 내용은 지난 15일 송 시장과 통화한 개인 대화까지 녹음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검사에게 “합법적인 영장으로 진행한 것이냐”고 물었고, 검사는 답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송 부시장은 업무수첩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과 소회, 발상, 풍문 등을 적은 일기 형식의 메모장에 불과하다” “사실이 아니거나 오류가 많을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진술을 바로잡으려 했다는 ‘2018년 3월 31일’은 현재 산재 모병원의 좌초 계획이 논의된 정황으로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의 핵심이 된 송 시장 측과 이진석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간의 만남이다. 이 만남은 송 부시장 업무수첩에 ‘2018년 3월 31일 이진석 비서관(BH 회의)’으로 기록돼 있다. 송 부시장은 지난 6일 검찰 조사를 받고 15일 송 시장에게 전화해 “지난해 3월 31일에 후보자와 이 비서관을 함께 만났다고 검찰에 진술했으니 참고하시라”고 말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는 이 진술이 틀려 뒤늦게 바로잡아야 했다는 입장이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지난해 3월 31일에는 서울을 방문하지 않았고, 지인과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이는 송 부시장이 송 시장에게 건넨 통화 내역에서도 알 수 있듯 본인 스스로도 검찰에 해당 만남을 인정했다가 뒤집은 셈이기도 하다.

송 부시장은 이 만남과 관련한 진술은 자신과 송 시장만이 아는 내용이며, 따라서 검찰이 불법적으로 도청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8년 3월 31일 이진석 비서관’ 메모는 참고인 조사를 받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도 열람할 수 있었다. 송 시장 측과 지방선거 전 청와대를 찾았던 울산의 한 인사도 국민일보에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을 만났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도·감청 의혹 주장에 대해 “해당 녹음파일은 도청 또는 감청으로 입수한 것이 아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확보한 자료”라고 즉각 반박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