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조국, 유재수 비위 알고도 덮어… 국가 기본 흔든 범행’ 판단

입력 2019-12-23 18:39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 걸려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조 전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오른쪽 사진은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구속영장 청구 결정에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 무마 사태가 ‘국가 기본을 흔든 범행’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이미 영어의 몸이 된 상태에서 부부의 신병을 모두 확보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여론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 내용을 확인한 검찰 수사팀과 수뇌부 사이에서는 “이 일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앞으로 나라가 어떻게 운영되겠느냐”는 공감이 이뤄졌다고 한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조 전 장관 영장을 청구키로 한 결정적 요인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알고도 덮었다’는 정황이었다. 검찰은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 감찰 착수 여부를 결정한 것도 아니고, 이미 감찰이 이뤄져 비위 의혹이 구체화된 상태에서 중단 압력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비위를 확인한 상태에서의 중단은 죄질과 비난 가능성이 더욱 무겁다는 판단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에 대해 민정수석실의 정무적 판단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별다른 징계 없이 금융위원회를 떠나 국회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계속 ‘영전’한 것도 결국 청와대의 용인에 따른 결과라고 본다. 금융위의 자체 감찰까지 무마된 셈이라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마다 이해할 수 없는 ‘봐주기’가 발생했고, 그 사이 유 전 부시장 측은 뻔뻔한 주장을 이어갔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유 전 부시장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받았다는 이력이 보도되자 ‘허위 정보’라며 법적 대응을 운운했다. “비위 행위는 전혀 없었다” “품위손상 수준의 경미한 사안으로 종결됐다”는 것이었는데, 이 입장이 허위 정보였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혐의 중 상당 부분은 (청와대)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거나 확인이 가능했다”고 했다.

법조계는 이 같은 과정 속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업무를 총괄한 조 전 장관이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봐 왔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포함해 다수의 참고인이 감찰 무마 결정의 출처로 ‘윗선’을 가리켰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3인 회의’에서 중단이 결정됐다는 입장 등은 조 전 장관의 법률적 해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직권남용은 권한이 있는 공무원의 범죄인데, 권한 자체가 일단 조 전 장관에게 있었다는 설명이다.

조 전 장관은 서울동부지검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에서도 자녀 입시비리, 배우자의 자본시장범죄와 관련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중이다. 법조계는 두 검찰청 중 어느 곳에서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각기 다른 전망을 제시해 왔다. 검찰 수뇌부는 똑같은 혐의로 주범인 아내가 이미 구속 기소된 서울중앙지검보다는 조 전 장관 본연의 권한과 직결된 서울동부지검을 선택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지난 8월 이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해온 여러 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마무리를 지을 방침이다. 조 전 장관 기소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조 전 장관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검찰은 “증거는 충분히 확보돼 있다”는 입장이다.

구승은 박상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