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낮은 자리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기 위해 성탄 메시지가 발표됐다. 한국교회 주요 기관들은 초갈등사회 극복을 위해 그리스도인이 먼저 화해하고 용서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공동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태영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은 23일 “인간은 누구나 야누스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제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소망과, 세속화의 길을 가고자 하는 욕망이 공존한다”면서 “그렇기에 우리는 성경에서 답을 찾고 예수님께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탄을 맞은 우리도 자기만족의 길 혹은 자기 신념의 길이 아니라 십자가의 길, 진리와 생명의 길, 사랑과 화해의 길, 섬김과 나눔의 길, 겸손과 경건의 길을 가야 한다”면서 “허영과 허세의 거품을 걷어내고 하나님 자녀의 품격을 되찾자”고 제안했다.
김종준 예장합동 총회장은 “너그러움을 표현하는 성탄절이 되길 소망한다”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특히 우릴 위해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 사랑과 섬김으로 전할 것을 강조했다. 김 총회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은 물론, 낯선 땅에 들어와 뿌리를 내리는 이주 외국인들, 관계의 단절로 외로운 이들을 향해 사랑의 손을 내밀자”고 권면했다. 이어 “더 넓게 용서하고 화해의 기쁨을 누리자”고 덧붙였다.
류정호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은 “올해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국가 간의 무역 분쟁과 남북 관계의 답보상태는 국제정세의 불안을 일으켰고 국내적으로는 정치 세대 성 갈등이 더욱 심화했다”면서 “그런데도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사중 복음의 증인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크리스천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류 총회장은 “시대와 환경이 변해도 우리 가슴에 성결한 복음을 품고 사명의 길을 달려가자”며 “죄와 사망의 그늘에서 단절과 소외, 갈등과 분쟁으로 절망하며 고통당하는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그리스도께서 나셨다’는 가장 기쁜 소식을 전하자”고 당부했다.
한국교회 연합기관들은 갈등 해소에 더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힘쓸 것을 다짐했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태영 류정호 문수석 목사)은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은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죄의 노예로 살아가는 인간에게 주시는 복된 소식”이라면서 “이번 성탄절을 통해 초갈등 상황에 놓여있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주장과 의견이 다른 이들을 존중하여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고 용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교총은 “한국교회는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본받아 더욱 낮은 자리에서 이웃을 섬기며, 주변의 모든 사람 속에서 평화를 실천하며, 사랑으로 적대적인 모든 갈등을 치유하는 평화의 사람, 놓친 손 다시 잡는 피스메이커들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는 “가장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셔서 정의와 평화의 새 세상을 여신 예수님을 기쁨과 설렘으로 온전히 마음에 모시자”고 했다. 이어 “우리는 2019년 미완의 해방 74년에 맞은 3·1운동 100년에, 부활의 정신으로 분단과 냉전을 극복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상생과 통일을 이루라는 하늘의 평화 명령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총무는 “NCCK는 한국전쟁 70년을 맞는 2020년을 하나님 은총의 해인 희년(Jubilee)으로 선포하고 분단과 냉전의 ‘바빌론 포로기’가 끝났음을 선언하려 한다”며 “이 성탄의 계절에 분단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에게 희년의 산 소망이 가득 부어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김수읍 대표회장은 “성탄절을 맞아 한국 장로교회는 기도와 말씀, 성령 운동에 힘을 써 거룩성을 회복하고 세상에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소외되고 배고픈 이웃과 자유를 빼앗긴 북한 동포, 근로자와 국군장병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역할을 감당하는 시민들이 희망을 품는 성탄절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최기영 김아영 백상현 장창일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