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체제의 한진그룹에서 ‘남매의 난’이 벌어질 조짐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행위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선친의 공동 경영 유훈과 다르게 그룹이 운영되고 있다며 조 회장을 비난했다. 조 전 부사장은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며 “한진그룹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뜻이라서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다분하다.
지난 4월 선친 별세 이후 동생이 회장직에 오르는 과정에서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남매간 갈등이 마침내 폭발했음을 의미한다. 가장 이견이 컸던 게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문제였던 것으로 관측된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막냇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 등으로 또다시 직책을 내려놓았다. 그 후 막냇동생이 지난 6월 한진칼 전무로 복귀한 반면 본인은 지난달 말 단행된 그룹 임원 인사 명단에 오르지 못하자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분쟁이 본격화되면 한진그룹 경영권 향배도 불투명해진다.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이 3남매와 모친 간에 각 6% 안팎으로 거의 균등하게 나뉘어 있는 데다 단일 최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7.29%)가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지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골육상쟁이 벌어진다면 총수 일가가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매간 분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일가의 잇따른 갑질과 ‘명품 밀수’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게 엊그제다. 게다가 항공업계 불황으로 한진그룹은 임원 20%를 감축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상태다. 대한항공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구조조정 중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자숙은커녕 제 몫을 더 챙기겠다며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 시장의 신뢰가 추락하는 소리가 들린다.
[사설] 한진家 ‘남매의 난’… 감원 와중에 밥그릇 싸움이라니
입력 2019-12-2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