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지상 최대의 사건

입력 2019-12-24 00:02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올 한 해 동안 일어났던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철학자이자 영성 작가로 미국 풀러신학교 총장을 역임했던 리처드 마우 박사에게 어느 미국 일간지 기자가 질문했다. 당시는 10여년 전으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각 언론은 한 해를 마감하면서 ‘올해의 국내외 10대 뉴스’를 선정하고 있었다.

그 기자의 질문에 마우 박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많은 일이 일어났지요. 그런데 아마도 가장 중요한 사건은 시카고 도심 한구석에서 누구도 보지 않은 가운데 15세의 소녀가 무릎을 꿇고 눈물 흘리며 자신의 인생을 예수님께 드리겠다고 헌신한 일일 것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한 인간에게 임한 가장 큰 뉴스일 뿐 아니라 하늘을 흔드는 지상 최대의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름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지상 최대의 작업이며 사건입니다. 예수님을 발견하기까지 우리의 노력은 중단돼서는 안 됩니다.”

대답을 들은 기자가 만족한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마우 박사의 대답은 세상이 바라보는 뉴스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카고의 한 거리에서 일어난 한 소녀의 회심을 누가 주목했겠는가.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 왕자’의 한 대목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이 뉴스는 아닐 것이다.

2000여년 전, 로마제국의 통치를 받던 지역에서도 당시 기준의 미디어에서 매년 연말이면 지금의 ‘10대 뉴스’와 같은 것들을 선정했다고 상상해 보자. 당시에도 수많은 주요한 뉴스들이 난무했을 것이다. 황제의 퇴위와 차기 황제를 향한 권력의 암투, 원로원에 대한 로마 시민의 불신, 속주 지역의 반란, 로마의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 유명 인사의 스캔들 등.

누구도 로마제국의 동방인 유대 베들레헴에서 일어난 사건을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고 당연히 ‘10대 뉴스’에도 들지 못했을 것이다.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한 아기가 태어난 것은 그 아기의 부모와 마구간을 빌려준 주인 등 몇몇 사람들 외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건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날, 초라한 마구간에서 일어났던 그 탄생은 그해뿐 아니라 모든 시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지상 최대의 사건’이 됐다. 예수라 불린 그 아기의 탄생을 통해 기원전(BC)과 기원후(AD)가 갈렸다. 그 막강했던 로마제국이 기독교화됐다. 그 사건은 200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마우 박사가 말한 대로 ‘그 이름 예수’를 발견하는 것은 2019년에도 지상 최대의 작업이며 사건이 될 정도다.

다사다난했던 한국의 2019년도 지나가고 있다. 올해만큼 혼동의 시기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한국에는 소위 ‘빅뉴스’들이 많았다. 온 나라가 소위 ‘조국 사태’로 시끄러웠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상징되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선을 넘은 지 오래다. 정치는 절망적이고 강남 발 부동산값 폭등은 수많은 사람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줬다. 청년들의 미래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미국과 일본 등 전통적 동맹 간의 균열도 심각하다.

어쩌면 올해의 가장 큰 뉴스는 미국을 향해 공언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도 있다. 그 선물은 일시에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을지 모른다. 보이는 것은 모두가 답답하며 암울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보이는 것만이 뉴스며 사건은 아니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시계’는 흘러가고 있다. 여전히 주 예수 그리스도, 그 이름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생 최대의 작업이며 최고의 뉴스다.

2019년 암울한 뉴스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2020년에 대한 소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이름, 예수에 있다. 그분이 태어나셨다.

이태형 (기록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