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에 힘 싣는 김정은… 비핵화 문 닫고 과거로 돌아가나

입력 2019-12-23 04:0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한 사진이다. 노동신문은 회의에서 자위적 국방력 발전을 위한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했지만 더 구체적인 회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자위적 국방력’ 발전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22일 밝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 등 강경 노선으로의 전환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또 군 조직을 개편한 사실을 밝히며 군의 역할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군 중심의 폐쇄 체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앙군사위 회의를 주재했다며 “국가 방위사업 전반에서 결정적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중요한 문제들과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전했다. 중앙군사위는 북한의 군사 분야 모든 사업을 지도하는 기관이다.

북한은 80명 정도의 군 간부가 참석한 이번 회의를 통해 내년부터 군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도 대내외에 분명히 알렸다. 조선중앙통신은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하거나 확대 개편하는 문제, 일부 부대를 소속 변경시키는 문제와 부대배치를 변경시키는 중요한 군사적 문제와 대책들이 토의 결정됐다”며 “무력기관의 일부 지휘성원들과 군단장들을 해임 및 조동(전보), 새로 임명할 데 대한 조직문제가 취급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사회주의식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핵·경제 병진 노선 폐기)에 변화를 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군에 힘을 싣는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이전처럼 핵 능력 고도화도 다시 추진한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의 수정이 예상된다”며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 노선에 집중하면서도 핵미사일 고도화를 포함한 자위적 국방력의 획기적 강화라는 새로운 병진 노선 제기 여부가 핵심 관전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공언한 북한은 이달 말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다만 북한은 이번 중앙군사위 회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당 전원회의와 내년 김 위원장 신년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천명하겠다는 전략이자, 미국과 중국의 반응도 살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핵심은 당 전원회의와 신년사다. 폭발력을 가지려면 중요한 내용은 이때 발표해야 한다”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반응을 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정한 대미 협상 시한인 연말이 아직 지나지 않았고 한·중 정상회담 등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군사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해 연일 한반도에 정찰기를 띄우며 대북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22일 항공기 이동을 모니터링하는 민간 트위터 계정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미 공군의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한반도에서 3만1000피트(약 9.4㎞) 고도로 비행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21일 오후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 등을 찾아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

손재호 김경택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