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43년 만에 총리직 부활 ‘포스트 카스트로’ 가속페달

입력 2019-12-23 04:04
마누엘 마레로(뒷줄 오른쪽 양복 차림) 쿠바 관광장관이 21일(현지시간) 의회격인 전국인민권력회의에서 신임 총리로 임명된 후 주먹을 쥔 채 오른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누엘 마레로 현 쿠바 관광장관이 총리로 임명됐다. 쿠바에서 총리직이 부활한 것은 1976년 이후 43년 만이다. 2016년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사망한 후 쿠바는 대통령과 총리직을 되살려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집중돼 있던 국가권력을 분산하는 등 ‘포스트 카스트로’ 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마레로 장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CNN 등 외신들이 쿠바 국영 ACN을 인용해 보도했다. 쿠바 의회는 즉각 마레로 장관의 총리 임명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마레로 총리는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보좌하며 내각 수반으로서 일상적인 정부 업무를 처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쿠바에서 신임 총리가 임명된 건 1976년 이후 처음이다. 쿠바는 1959년 쿠바혁명 이후에도 한동안 대통령과 총리직을 유지해 왔다. 최고 권력자인 카스트로 전 의장은 이 기간 동안 총리 직함으로 국정을 수행했다. 쿠바는 1976년 개헌으로 대통령과 총리를 폐지하고 국가평의회 의장을 신설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2006년 건강 악화를 이유로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실권을 넘겼다.

카스트로 사후 쿠바는 최고 권력자가 당권과 정권을 겸직하는 전통에서 벗어나 권력 분산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라울은 지난해 4월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디아스카넬 현 대통령에게 넘기고 자신은 공산당 제1서기 직책만 유지했다. 다만 일당독재 체제 특성상 최고 권력은 여전히 공산당 1인자인 라울이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쿠바는 이어 지난 4월 헌법을 개정해 43년 만에 대통령과 총리직을 복원했다. 국가평의회 의장직은 폐지되지 않았으나 국가원수로서의 위상은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개헌 전까지 국가평의회 의장이었던 디아스카넬은 에스테반 라소에게 의장직을 넘기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마레로 신임 총리는 카스트로 전 의장 생전인 2004년 관광장관에 임명됐다. 그는 장관 재임 중 쿠바의 핵심 외화 수입원인 관광산업을 부흥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는 마레로 총리가 “관광산업을 맨땅에서 일궈냈다”고 전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마레로 총리가 외자 유치에 상당한 수완을 발휘했다며 “정직성과 업무 능력, 공산당과 혁명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마레로 총리가 관광장관을 겸직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