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깜짝 산타’에… 국내 증시 본격 반등 기대감 높아져

입력 2019-12-23 04:0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하는 반도체 랠리가 연말 주식시장의 ‘깜짝 산타’로 등장했다. 두 종목을 중심축으로 하는 외국인의 ‘사자 행렬’이 이어지며 코스피지수는 지난 5월 이후 7개월 만에 2200선을 회복했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이르는 등 개선된 대외 여건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연말을 기점으로 국내 증시가 본격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다만 ‘단기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최근 10거래일간 외국인 순매수 금액(2조2298억원)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순매수액은 1조8764억원으로 84.2%를 차지했다. 두 종목의 주가도 급등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11.1%, SK하이닉스 주가는 18.0%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5.6%)을 두 배가량 웃도는 수치다. 연간 상승 폭은 더 크다. 삼성전자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44.5%, SK하이닉스는 56.8%에 이른다. 올해 코스피의 연간 수익률은 8.0%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치솟았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34조원으로, SK하이닉스(69조원)와의 합계가 403조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 4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에서 두 종목의 비중도 28%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2016년 초 16%대와 비교하면 10% 포인트 이상 상승한 규모다.

증시 랠리를 이끈 건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새로운 호황기로 접어든다는 기대감이다. 최근 D램 현물가격(DDR4 8GB)은 개당 3.02달러 수준으로 이달 초 최저점(2.73달러)보다 10%가량 올랐다. D램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 조짐을 보이자 미국 마이크론, 대만 난야테크 주가는 각각 7.5%, 4.9% 상승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3년, 2016년 제품(현물) 가격 상승기에 메모리반도체 종목이 반도체 업종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방향성도 긍정적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대외 환경 호전도 지수 상승의 불씨다.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다 지난달 중국 경기지표가 호조세를 보였다. 이에 내년에는 신흥국 시장(이머징마켓)의 반등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연말을 앞두고 진행됐던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용’ 매도 물량,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의 리밸런싱(비중 변경) 악재는 지나가고 있다.

다만 국내 중형주의 올해 수익률(-9.37%)과 최근 3개월 수익률(-0.03%)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여기에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현대차, KT&G 등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상대로 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도 증시를 짓누른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은 확실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익에 비해 크게 높아진 시가총액 비중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여력은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최근 단기 급등으로 시장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및 수급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은 추가 반등 여지를 제약하는 고민거리”라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