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응 카드로 ‘비례한국당’(가칭)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공식화하자 여권이 ‘꼼수’라며 제동을 걸었다. 비례대표 선출용 정당을 따로 만든다는 차원인데,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악에 대응하기 위한 합법적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유권자들이 ‘위성 정당’을 인정할지, 정당 투표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지 않을지 등이 과제로 남는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의원총회에서 “만일 더불어민주당과 좌파연합세력이 걸레 선거법이 된 연동형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 내부적으로 비례한국당을 논의한다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당 지도부가 이 같은 방안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한국당이 검토하는 방안은 비례한국당을 만들거나 새로운보수당 등 보수 정당을 흡수해 선거 연대를 하는 방법 등이다. 비례한국당은 정당득표율이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드는 일종의 ‘비례대표 선출용 정당’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와 있는 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당득표율에 따라 전체 비례대표 의석의 50%가 먼저 할당되는데, 이때 지역구 당선인이 있으면 그 숫자를 빼고 할당한다. 이럴 경우 지역구 당선인이 많은 거대 양당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 한국당은 비례대표 선출용 정당을 따로 만들어 의석수를 보전하겠다는 계산이다.
한국당은 비례한국당에 현역 의원들을 입당시켜 정당에 부여되는 기호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의석수가 많은 순서대로 정당 기호가 정해지기 때문에 현역 의원 없이 위성 정당을 만들 경우 뒷번호를 받게 돼 투표용지에서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 새로운보수당 등 다른 정당을 위성 정당으로 내세워 선거 연대를 하는 방법도 논의 중인 카드 가운데 하나다. 선거운동을 할 때 유세차량을 같이 다니게 하는 등 ‘같은 편’이라는 인식을 주는 방법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유도할 수 있어서다.
여권에서는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꼼수’라고 비판한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서 “군소 야당 협상용 공포 마케팅을 멈춰 달라”며 “비례한국당을 창당해 내년 총선 폭망하고 위성 정당 탓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꼼수가 아닌 부당한 선거제도 개악에 대한 합법적인 대처 방안”이라고 맞섰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