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일본·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북한이 대미 비판을 재개했다. 비건 부장관이 지난 16일 서울에서 공개적으로 만남을 요청했지만 북한은 그동안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북한은 로버트 데스트로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담당 차관보가 지난 19일 현지 언론에 “북한과 같은 인권유린 국가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관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미(북·미) 관계가 최대로 예민한 국면으로 치닫는 때에 이런 악담질을 한 것은 붙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가뜩이나 긴장한 조선반도 정세를 더욱 격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인권문제를 걸고 들면서 우리 제도를 어째 보려 든다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며 “쥐새끼가 짹짹거린다고 고양이가 물러서는 법은 없다”고 경고했다.
이는 최근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된 후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이기도 하다. 다만 외무성의 직접 담화 대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이라는 형식을 취하면서 데스트로 차관보의 발언만 겨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20일 중국을 떠나 귀국하는 길에 공항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여러분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가 되라는 것이 내 메시지”라며 “여러분은 내가 한국에서 한 말을 들었고, 그 발언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화와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라고 한 제안이 유효하다는 의미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