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다야니家 상대로는 ISD 첫 패소… 730억 배상해야

입력 2019-12-23 04:05

한국 정부가 이란 다야니가(家)에 730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중재판정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해 ISD 판정 이후 정부는 영국 고등법원에 “중재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었다. 하지만 영국 고법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거액이 걸린 ISD의 첫 패소가 확정됐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판결문을 분석하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22일 금융 당국은 “이란 다야니 가문 대(對) 한국 사건의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 영국 고법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운용하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우일렉트로닉스(당시 대우전자)의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이후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010년 4월 세 번째 매각 시도에서 다야니 가문이 대주주인 이란 가전회사 엔텍합이 등장했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엔텍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그해 11월 다야니 측과 5778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다야니 측은 578억원을 계약금으로 냈다. 그러나 채권단은 투자확약서(LOC) 불충분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다야니 측은 계약금과 이자 등으로 730억원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국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제 송사(訟事)인 ISD 중재신청으로 번졌다.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는 한국 채권단의 잘못이 있었다며 계약금과 반환 지연이자 등 730억원을 지급하라고 지난해 6월 판결했다. 한국 정부는 이의를 제기하고 지난해 7월 중재지인 영국 고등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냈다.

한국 정부는 “다야니 측의 ISD 중재신청은 한국 정부가 아닌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과의 법적 분쟁에 대한 것으로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의 중재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 고법은 다야니 가문을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에 따라 한국에 투자한 투자자로 봤다. 이어 “다야니 측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