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 잘 모릅니다. 다음 주에도 일합니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라 북한 노동자를 송환해야 하는 시한인 22일 중국 베이징 시내 북한 식당인 옥류관은 평소와 다름없이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북한 출신 종업원들은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느라 홀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 여종업원은 “오늘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런 얘기 들어본 적이 없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기한이 다가오면서 손님들이 자꾸 물어 짜증이 나는 듯한 표정이었다. 북한 대사관 인근의 북한 식당 ‘은반관’이나 ‘해당화’, 조선족 교포가 운영하는 ‘대동강’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인터넷 채팅방에서는 북한 식당이 아직 정상적으로 영업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예약을 하고 식사를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후기가 잇따라 올라왔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 선양, 단둥 지역의 북한 식당은 일부가 문을 닫았지만 대부분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일부 식당은 갑자기 귀국 통보를 받은 여성 종업원들이 저녁에 급히 들어갔고 종업원들이 중국인으로 바뀐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식당과 공장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이 지난해부터 체류 신분을 변경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해놓은 데다 중국 지방정부도 단속을 심하게 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식당이나 공장 등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연수 비자나 공무 비자, 관광비자 등으로 머무르다 주기적으로 신의주 등에 다녀오는 식으로 체류를 연장한다”며 “중국 정부도 이를 눈감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은 유엔제재로 수산물과 섬유 수출까지 막힌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동원한 외화벌이까지 전면 차단할 경우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단둥이나 훈춘 등 접경 지역은 임금이 싼 북한 노동자들을 한꺼번에 돌려보낼 경우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도 작용하고 있다.
접경지역 소식통은 “단둥이나 훈춘 등 동북 지역은 중국인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떠나 심각한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며 “북한 노동자들은 임금도 싼 데다 숙련도가 있고, 관리도 북한 측에서 해주기 때문에 노무관리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북한 식당의 소유는 중국인이 하되 북한 당국이 종업원을 공급하면서 수익을 분배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접경지역 소식통은 “베이징의 북한식당 관리자는 월급이 5000위안(한화 약 82만원), 종업원은 1500위안(한화 약 24만원)이라는 말을 들은 바 있다”면서 “선양은 1200위안 정도로 들었다”고 전했다.
중국 내 북한 노동자 규모는 5만~8만명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중국은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엔이 2017년 12월 22일 대북 제재 2397호를 통과시킨 후 중국 당국은 지난해 3월 중간보고서에서 “절반 이상을 돌려보냈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노동자 송환 실적은 내년 3월 유엔에 보고서로 제출해야 하는데, 최소한 그때까지는 제재를 충실히 지키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글·사진 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