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의 배신… 욱일기 반복 사용·꼼수 사과

입력 2019-12-23 04:07
리버풀 선수들이 2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에서 남미 챔피언 플라멩구(브라질)를 1대 0으로 꺾은 뒤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최근 유럽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리버풀이 명문팀 답지 않은 행태로 국내 팬들의 민심을 잃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반복 게재한 데다 꼼수 사과 논란을 일으켜서다. 국내에서는 프리미어리그나 유럽축구연맹(UEFA) 등 상위 단체에 대한 항의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리버풀은 2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에서 플라멩구(브라질)를 연장 접전 끝 1대 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리버풀은 올 시즌에만 UEFA 슈퍼컵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그런데 리버풀이 우승 직후 SNS 일본 계정에 올린 축하 그림이 논란에 휩싸였다. 우승 트로피를 든 위르겐 클롭 감독의 등 뒤로 욱일기 문양이 사용돼서다. 심지어 리버풀 공식 계정이 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기까지 했다.

우승 직후 리버풀 소셜미디어 일본 계정에 올라온 우승 축하 그림. 위르겐 클롭 감독의 등 뒤로 욱일기 문양이 사용됐고, 리버풀 공식 계정이 ‘좋아요’를 눌렀다. 리버풀 트위터 일본 계정 캡처

앞서 지난 20일에는 전날 영입된 미나미노 타쿠미(일본)의 인터뷰와 함께 구단의 활약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예고 영상을 게재하면서 욱일기 이미지를 썼다.

한국 팬들이 항의하자 21일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공식 SNS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사과문을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SNS 계정에만 올린데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게 제한을 걸어둔 ‘꼼수 사과’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과문을 올린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욱일기를 일본 계정에 사용함으로써 팬들의 분노는 더욱 증폭됐다. 올 한 해에만 UEFA 챔피언스리그, 슈퍼컵, 클럽월드컵 등 3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수많은 팬들을 끌어 모은 리버풀이기에 배신감은 더 컸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45) 성신여대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한다는 계획이다. 서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에선 욱일기를 오랜 기간 사용한 전통 깃발이라 말하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타국을 침공할 때 전면에 내세웠기에 전범기임을 부정할 수 없다”며 “유럽인들에겐 그런 인식이 없는 상태이기에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사례를 통해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리버풀의 경우 항의를 받고 하루도 안 돼 반복 게재해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나 UEFA, FIFA 같은 상위 주체를 상대로 항의 서한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