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으로 가는 선거법 협상… 비례한국당은 또 뭔가

입력 2019-12-23 04:02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행태가 갈수록 태산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 처리를 위해 제1야당을 배제하고 협상을 벌여온 여당과 야4당 협의체는 석패율제 문제에 막혀 막바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여야 4+1 협의체가 추진 중인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위성 정당을 만들어 대응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제1야당의 주장은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할 때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곳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개정될 경우 지역구 당선자 없이 비례대표 의석만 겨냥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선거법 개정의 맹점을 파고든 ‘신의 한 수’라는 평가도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역구 선거에서 발생한 사표를 줄이고 군소 정당에도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법 개정의 기본 취지는 도외시한 채 자기 의석만 확보하겠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꼭두각시 정당을 허용하자는 것은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투표 심리를 호도하자는 것이어서 어불성설의 제도다. 이를 공론화하는 건 낯 뜨거운 일이며, 제1야당이 걸을 정도가 아니다.

다른 정당들의 행태도 한국당보다 나을 게 별로 없다. 선거제도 현실화와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출발한 선거법 개정은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섞여 들어가면서 누더기 행색이 됐다. 석패율이니 연동형 비례대표니 연동형 캡이니 어려운 용어로 칠갑돼 유권자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됐다. 이해관계 주장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 여기다가 검찰 개혁 법안과 민생 법안에다 최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같은 사안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난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우리 정치의 현실과 정치권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총선 일정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여야는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선거법 협상이 더 이상 산으로 가서는 안 된다. 선거제도가 민주주의 근간으로서, 또 정치 발전을 담보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현재의 이익은 양보하고 미래지향적인 신사협정이 맺어지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