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생 선택한 쌍용차 노조, 파업 돌입한 르노삼성차 노조

입력 2019-12-23 04:03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의 행보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쌍용차 노조가 공존의 길을 택한 반면 르노삼성차 노조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적자 지속으로 위기에 놓인 쌍용차의 노조는 사측과 합의한 추가 경영쇄신안에 대해 23일부터 조합원 공청회를 진행해 동의 절차를 밟는다. 노조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 분담에 동참했으니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그룹도 지원에 나서라는 노사 공동의 메시지다. 이와 달리 르노삼성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 결렬로 지난 20일 부분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23일부터 연말까지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상반기 파업을 마무리한 지 6개월 만의 재파업이라서 회사의 정상 가동이 여의치 않게 됐다.

쌍용차 노조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지난 19일 상여금 200% 반납, 생산격려금 반납, 연차수당 지급률 축소 등의 쇄신책을 받아들였다. 지난 9월 안식년제 시행, 명절 선물 지급 중단, 의료비·학자금 지원 축소 등의 자구안까지 포함하면 연간 10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셈이다. 노조위원장은 최근 인도 마힌드라 본사를 방문해 추가적인 자금 투입도 요청했다. 회사 생존을 위해 노조까지 발벗고 나섰으니 대주주 입장에선 감읍하지 않을 수 없겠다. 비록 산업은행이 쌍용차를 지원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회사 정상화를 위해 2300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단다. 이 같은 상생과 협력의 노사 관계가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터이다. 회사가 존립해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2018년도 임단협과 관련해 줄파업을 벌이다 지난 6월 타결에 이르러 노사 상생 선언문을 발표했으나 기본급 인상 등 2019년도 임단협 결렬로 또다시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수출용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올해 종료되기 때문에 내년 출시되는 신차 XM3 수출물량을 대주주인 프랑스 르노그룹으로부터 배정받지 않으면 부산공장 가동률은 현격히 떨어진다. 그런데 이번 파업으로 물량 배정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는 회사 사활이 걸린 문제다. 자칫 눈앞의 작은 이익을 챙기려다 공멸할 수 있다. 노조는 공생을 모색한 쌍용차를 본받기 바란다. 강경 투쟁이 능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