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함 위에 유골… 구멍 난 두개골까지

입력 2019-12-23 04:01
옛 교도소에서 발굴된 유골 가운데 구멍이 뚫린 머리뼈 모습. 연합뉴스, 5·18기념재단 제공

옛 광주교도소에서 구멍 뚫린 두개골과 어린이 추정 유골 등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 40여구가 무더기 발견됐다. 5·18기념재단과 법무부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암매장 여부를 가리기 위해 유전자(DNA) 검사에 돌입했다.

22일 법무부와 광주시 등에 따르면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공동묘지 이장 과정에서 40여구의 신원미상 유골이 발굴됐다. 박스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든 합장묘 봉분 속에 있던 유골 40여구로 법무부 관리대장에 기록되지 않은 것들이다. 어지럽게 뒤섞인 유골들은 1.5m 깊이로 묻힌 합장묘를 개장하기 위해 봉분 흙더미를 20~30㎝ 걷어내는 작업과정에서 나왔다. 땅 속에 매장된 합장묘 구조물 위에 다른 유골들을 묻어 수습했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 의문사조사위원회, 군부대로 구성된 합동감식반 육안 감식 결과 신원미상 유골 40여구 중에는 구멍 뚫린 두개골과 어린이로 추정되는 유골도 포함돼 있었다. 유골 발견 장소에서는 법무부와 광주시가 광주교도소 이전 이후 솔로몬 로파크 조성사업을 위해 묘지 이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솔로몬 로파크는 일종의 법체험 테마파크로 인권교육 시설과 인권평화기념공원 등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법무부와 광주시 등은 즉각 5·18민주화운동 관련성을 검증하기 위해 이 유골들에 대한 DNA검사 등 정밀감식을 벌이기로 했다.

5·18 사적지 22호인 옛 광주교도소는 1980년 당시 3공수여단 등의 계엄군 병력이 주둔했다. 계엄군에 붙잡힌 시민들이 수감됐고 수차례 총격전이 벌어져 담양 쪽으로 가던 시민군 수십명이 숨졌다는 군 보안사령부 기록이 작성되기도 했다.

그동안 암매장 추정지로 유력하게 거론된 옛 광주교도소는 계엄군의 증언도 이어져 2017년 11~12월 50여일간 발굴조사와 수색작업이 진행된 바 있다. 1971년 동명동에서 문흥동으로 옮겨온 광주교도소는 2015년 10월 북구 삼각동으로 신축·이전했다.

광주시와 시민단체들은 5·18 당시 행방불명자 유골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남대병원에 보관 중인 유족들의 DNA와 대조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전남대 법의학교실은 5·18 행방불명자 신고를 한 130가족 295명의 혈액 등을 현재 냉동보관 중이다.

시민단체들은 총상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뚫린 두개골에 주목하고 있다. 그중엔 어린이로 짐작되는 작은 두개골도 포함돼 있다. 보안구역인 교도소 내부는 일반인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암매장 추정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합동감식반 의뢰를 받은 국과수는 23일 5월 단체 관계자 등과 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DNA감식과 참관대상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