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한마음으로 바꾼 맛깨비길… 섬김·나눔 온정도 가득

입력 2019-12-24 00:09
서울 용강동상점가상인회 임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용강동 주변 맛깨비길 푯말 앞에서 상가 발전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쫄깃쫄깃해요. 역시 소문대로네요.” “천천히 드세요. 그러다 체하겠어요.”

일요일인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용강동 갈비골목. 점포 안을 가득 메운 손님들이 돼지갈비를 맛있게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용강동 갈비골목’은 2017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야시장 및 골목경제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지역특성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골목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용강동상점가상인회는 이후 골목조성 준비를 거쳐 지난 6월 ‘맛깨비길’을 출범시켰다.

갈비집을 하는 상인회 이재훈 회장은 서울 동막교회 장로이다. 출석교회에서 새신자반 임무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무슨 일을 당하든지 하나님이 굳건히 지켜 주실 것을 믿고 있다. 상인회 일도 하나님께 기도 가운데 진행 중이다.

최근 케이팝(K-POP) 공연을 할 수 있는 건물 마련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 91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문화회관 건립이다. 최근 서울시와 관련 협의를 마쳤다.

그는 예비 상인을 대상으로 멘토링 활동도 벌인다. 자영업자들이 무턱대고 가게를 열었다가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새롭게 문을 여는 예비 상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맛깨비길엔 돼지갈비, 주물럭 식당을 비롯 다양한 업종의 가게가 성업 중이다. 개업한지 얼마 안 된 매장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소 허름한 가게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 가게에는 ‘Since 19○○’ 푯말로 지난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맛깨비길은 초창기 한국경제개발의 역사를 담고 있다. 1970년대 여의도개발이 시작되면서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하지만 허허벌판 여의도에는 끼니를 챙기기 위한 식당이 변변치 않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마포대교를 건너 식당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엔 두부김치, 꽁치 같은 메뉴가 주를 이뤘다. 이후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서 고기를 찾은 이들이 늘었다. 이후 양념을 달리하는 메뉴들이 등장했다. 마포갈비와 주물럭은 입소문을 탔다. 주물럭은 쇠고기 등심에 참기름 소금 후추 마늘 등을 양념해 주물럭거린 뒤 구워먹는 요리다. 1980년대 주물럭 요리는 장안의 화제였다. TV 저녁 뉴스에 나올 정도였다.

마포주물럭, 마포갈비 등으로 유명한 용강동 상점가 일대에서 열린 지난해 10월 마포음식문화축제 모습. 용강동상점가상인회 제공

매년 가을 열리는 마포음식문화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마포의 문화와 음식이 어우러진 서울의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마포구는 축제를 통해 맛깨비길을 비롯 마포지역 음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마포는 이제 대중에게 마포갈비와 마포 주물럭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 중 용강동 상점가는 다양한 음식들이 자리 잡고 있어 서울시민은 물론 미식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맛깨비길 활성화에 아직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맛깨비길 열풍이 불었지만 역효과로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상가도 있었다.

상인회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이재훈 회장은 “상인회는 지난해 초부터 상가 임대료 인하 운동을 꾸준히 전개 중”이라며 “그 영향으로 맛깨비길 일대의 임대료가 많이 인하됐다. 임대료 인하는 상가 공실률을 줄이고 상권을 살리는 건물주와 상인의 윈윈(win win) 방안”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뉴스도 걱정거리다. 아무리 사람에게 영향이 없다 해도 심리적 요인으로 매출이 주춤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회식문화가 감소하는 것도 이 회장의 기도제목 중 하나다.

이 회장은 “돼지열병은 사람에게 옮지 않는다.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아무 문제없다”며 “돼지고기의 안전함을 믿고 평소처럼 소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상인회는 맛깨비길 상권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설 개선뿐 아니라 공용주차장 이용할인권, 맛깨비길 안내지도,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4개 언어 메뉴판 등을 제작해 배포했다. 또 맛깨비길이 연상되는 캐릭터와 포토존을 여러 곳에 설치해 거리의 풍미를 더했다. 이와 함께 상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을 실시한다. 관광사와 연계해 외국인 고객 모시기에도 열심이다.

상인회는 지역주민과 함께하고 있다. 인근 가나안교회와 동막교회, 은강교회, 주민자치회와 함께 사랑의 쌀과 김장김치를 제공한다. 다문화가정과 소외 어르신을 초청해 섬김과 나눔공연도 갖는다. 마포음식문화축제에서는 10% 할인행사를 통해 저렴하게 먹거리를 제공한다. 시식코너에서 마포갈비를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이 회장은 “현재 맛깨비길 주 고객은 중장년층이다. 하지만 앞으로 맛깨비길을 연희동이나 연남동, 홍대처럼 젊음이 가득한 거리로 만들려고 한다. 젊은 층을 오게 하려면 먹거리 개발과 따뜻한 사랑 나눔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신문, 방송 등에 알림은 물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홍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