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신춘문예 당선통보 받던 날

입력 2019-12-23 04:07 수정 2019-12-23 13:13


6년 전 이맘때 나는 프랜차이즈 피자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 전화가 평소보다 많이 쏟아졌고 덩달아 블랙컨슈머도 많았다. 사실 나는 시간당 십수 통의 피자 주문 전화를 받으면서 단 한 통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전화가 오지 않으면 이번에도 떨어진 것이리라. 100명이 넘는 상담사들의 목소리 때문에 전화벨이 울려도 들리지 않을 것이므로 핸드폰을 진동으로 바꾸어 책상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기다리는 전화는 오지 않았고 블랙컨슈머의 막말 전화만 쏟아졌다. 어떤 고객은 이제는 익숙해져 놀랄 것도 없는 말을 내 귀에 쏟아부었다. “평생 콜센터에서 일해라.” 기분이 안 좋은 이유는 또 있었다. 지난주 나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블랙컨슈머로부터 또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그 사람은 실장에게 전화해 나를 진짜로 해고했는지 확인했다. 실장은 그녀에게 나를 해고했다고 말했다면서 오늘부터는 전화 받을 때 김의경이라는 이름을 쓰면 안 된다고 했다. 당황스러웠다. 내 이름을 쓰면 안 된다니 그럼 무슨 이름으로 전화를 받아야 하지? “상담사 XXX입니다.” 나는 그 시간 이후로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전화를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쾌감이 커졌다. 그 사람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나를 그토록 괴롭혔으면 됐지 왜 확인사살까지 하려는 걸까. 새삼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이불속에 발을 넣고 쉬고 싶었지만 퇴근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낯선 번호가 핸드폰 액정 화면에 떠오른 것은. 나는 몸을 숙여 건물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10년 동안 기다렸던 신춘문예 당선 통보였다.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마음껏 기뻐할 수도 없었다. 돌아와 센터 안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기 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 걸터앉아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 오래 쓰는 사람 누구야? 모두 열심히 전화 받고 있는데 어서 나와 전화 받아요!” 눈물을 닦으며 생각했다. 나는 오늘 상담사 김의경이란 이름은 잃어버렸지만 ‘소설가 김의경’이란 이름을 새로 얻었다고.

김의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