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들어오면
나무숲에 들어간 것같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딘가 새소리가 들리고
개울 물소리가 다가오고
흰 구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서점의 책들은 모두가
숲에서 온 친구들이다
서가 사이를 서성이는 것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서성이는 것
책을 넘기는 것은
나무의 속살을 잠시 들여다보는 것
오늘도 나는
숲속 길을 멀리 걸었고
나무들과 어울려 잘 놀았다
나태주의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중
서점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이유는 무엇일까.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점은 숲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종이가 되고, 종이가 책이 되고, 책이 쌓여 서가를 이루니 그의 비유가 엉터리는 아닐 터. 연말을 맞아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을 다잡기 힘들다면 가까운 서점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책을 넘기는 것은 나무의 속살을 잠시 들여다보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