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기재부·KDI 압수수색… ‘김기현 공약’ 예타 탈락 靑 개입?

입력 2019-12-21 04:03
검찰 관계자들이 20일 정부세종청사 내 기재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공약을 수립·이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조력을 받았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수립·이행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내 기재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와 KDI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관련 업무자료와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송 시장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공약을 수립·이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조력을 받았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확보된 자료를 분석해 김 전 시장이 추진하던 ‘산업재해 모(母) 병원(산재 모병원)’ 건립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연루됐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송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공무원의 선거운동 기획 등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측 김 전 시장은 산업재해에 특화된 모병원 설립을, 더불어민주당 측 송 시장은 일반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산재 모병원은 김 전 시장 재임기인 2012년 본격 추진돼 2014년 1월 예비타당성 조사가 시작됐지만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해 5월 28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반면 송 시장 측 공공병원 사업은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다.

검찰은 송 시장의 핵심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서 확보한 업무수첩을 단서로 송 시장 측과 청와대가 지방선거 전인 2017년 가을 무렵부터 공공병원 공약에 대해 논의한 정황을 파고들고 있다.

김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가 사실상 선거총괄본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 부시장) 업무일지를 보면 2017년 10월 10일 ‘산재 모병원 좌초되는 게 좋음’이라는 대목이 있다”며 “예비타당성 결과 발표하기 7개월 전 이미 좌초되는 게 좋다고 (청와대와 송 시장 측이) 미리 의견 조율한 게 명확히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민일보가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예타 완료사업’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의뢰한 울산 산재 모병원 건립사업의 총 사업비는 1776억원 규모였다. 예타 결과 B/C(경제성 평가)는 0.73, AHP(종합성 평가)는 0.304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비용대비 이익을 나타내는 B/C의 경우, 통상 1.0 이상일 경우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AHP는 수익성뿐 아니라 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지표다. 0.5 이상이 되면 B/C가 1.0 이하가 되더라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본다. 윤성욱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브리핑을 열고 “예타 결과가 나온 이후 이를 받아 주무부처에 통보한 정상적인 업무과정이었다”며 “발표시점과 관련해서 (선거 등)정치적 일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우리들병원 대출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박승대)는 이날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 측과 동업 관계였던 신혜선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신한은행 박모 차장을 고소한 경위를 물었다.

구자창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critic@kmib.co.kr